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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드] 조영호 한국배구연맹 총재 특보, 고향 벌교에서 57회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 연다

2025-09-23 07:52

조영호 한국배구연맹 특보(가운데)가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영호 한국배구연맹 특보(가운데)가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라남도 남동부에 자리 잡은 작은 고장 벌교(보성군 벌교읍)는 역사·문학·자연이 어우러진 남도의 맛과 이야기가 함께 있는 곳이다. "꼬막 하면 벌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전국 최대 꼬막 산지이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벌교 앞바다의 드넓은 갯벌과 득량만은 꼬막뿐 아니라 각종 해산물과 철새가 서식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명물로 자리잡은 스포츠 축제가 있다.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이다. 1969년 시작된 청호배 대회는 출범 당시에는 벌교읍내의 조그마한 동네축제였지만 지금은 벌교와 보성군을 넘어 남도의 대표적인 지역 스포츠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로 57회째를 맞는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가 27~28일 이틀간 벌교스포츠센터 및 보조경기장에서 전남·광주 9인제 배구팀이 대거 참가한다.

대회명인 청호배는 대회장인 조영호 한국배구연맹 총재 특별보좌역의 아호(靑湖)에서 따왔다. 창설 초기에는 ‘조영호배’였다가 이후 ‘청호기’ ‘청호배’ 등으로 바뀌었다. 10대 시절 벌교상고에 다니며 지역에서 명성을 날리던 9인제 배구선수였던 조 특보는 한양대 체육학과에 진학하며 작은 키 때문에 6인제 정식선수는 계속 활동하지 못했던 아쉬움으로 대학 시절 자신의 이름을 딴 동네 배구대회를 만들었다. 동네 유지와 함께 자신의 사재를 털어 대회를 지난 수십년간 중단없이 유지하고 있다. 매년 프로배구 관계자, 중고및 대학배구 관계자 들도 서울 등에서 내려와 조그만 지역 생활체육 배구대회를 참관하고, 격려한다.

조 특보는 한양대 배구단 창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뒤 한양대 체육학과 교수와 체육관장 등을 맡은 이후 강만수,김호철,하종화,김세진,이경수 등 한국배구사에 한 획을 그은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그는 1970년대 심판에 입문, 한국 최초의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을 지냈고 1984년 LA부터 96년 애틀랜타까지 올림픽 4개 대회 연속으로 심판을 맡기도 했다. 한양대 체육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뒤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사무총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수년전부터 한국배구연맹 총재 특보를 맡고 있다.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가 의미가 깊은 것은 지속성 때문이다. 배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한 한 사람의 뜻이 만나, 해마다 대회를 열어 왔던 것이다. 세월을 따라 머리칼에 은빛이 더해지고, 많은 이들이 매년 다시 코트로 돌아오는 모습은 이 대회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삶을 잇는 다리임을 말해준다. 10대부터 60대까지 매년 만나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우의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햇살이 황금빛으로 스며든 주말, 벌교에 모여 네트를 사이에 두고 부딪히는 공 하나하나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온기가 묻어난다. 벌교를 비롯 전남 각 지역에서 모여든 이들은 배구를 통해 서로를 이어가며 아름다운 추억을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청호배 생활체육 배구대회는 단순한 대회명이 아니라, 세월과 마음이 켜켜이 스며든 지역 스포츠 축제라고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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