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분별한 대회 난립과 질 저하로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마라톤 대회들 중 상당수가 운영 미숙으로 참가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코스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길을 잘못 드는 사례, 급수대 부족으로 탈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준비 부족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대회의 본질을 위협한다. 참가자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인력과 자원, 형식적인 코스 설정은 참가자에게 실망만 안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러닝 붐을 타고 생겨난 일부 민간 대회는 참가비만 받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업성 중심의 운영으로 비판받고 있다. 티셔츠, 메달, 기록 인증서 등 부가 요소에만 집중하고, 정작 코스 품질이나 안전 관리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때로는 참가비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러닝’을 사랑하는 참가자들이 ‘상품’이 되는 듯한 이 구조는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환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마라톤 대회가 한 번 열릴 때마다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참가자 키트 포장재, 간식 포장지 등은 적지 않은 환경 부담을 초래한다. 급수대 주변이나 골인 지점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대회를 마친 후에도 오랫동안 흔적을 남긴다. 진정한 스포츠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해야 한다.
대규모 도로 통제도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사전 안내 없이 도로가 봉쇄되거나, 통제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경우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라톤은 지역과 함께하는 행사인 만큼, 지역과의 소통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러닝 문화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선 몇 가지 기준이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공신력 있는 인증제 도입으로 민간 대회의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참가자 중심의 운영이 되어야 한다. 대회의 주인공은 참가비를 내고 달리는 선수다. 안전, 코스의 질, 정확한 기록, 선수에 대한 배려, 운영 스태프 훈련 등 참가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운영이 되어야 한다. 친환경 마라톤으로 전환해 지구를 생각하며 달려야 한다. 일회용품 최소화, 분리수거 강화, 친환경 키트 도입 등 지속 가능한 대회 운영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경제 및 문화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러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이제 ‘붐’에서 ‘품격’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마라톤의 가치는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닌, 바르게 달리는 데 있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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