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6(화)

스포츠

[특별 기고] 0.03초의 가치, 도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본 마라톤의 본질

2025-09-16 07:26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은 역사적인 접전으로 기록됐다. 남자 마라톤에서는 알폰스 심부(탄자니아)가 아마날 페트로스(독일)를 불과 0.03초 차이로 제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마라톤에서는 페레스 제프치르(케냐)가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를 2초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남녀 모두 극적인 결승 장면을 만들어냈다.

마라톤은 장거리 경기 특성상 초, 분 단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도쿄 대회처럼 0.03초와 2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 사례는 100m 단거리 종목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례적인 명승부로 평가된다.

마라톤 역사 속에 간발의 차로 메달의 색깔이 바뀐 경우는 또 있다. 2007년 시카고 마라톤 남자 경기에서는 단 0.5초 차이로 승부가 갈려 사진 판독까지 동원되는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또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 여자부에서도 2008년 대회에서 불과 2초 차이로 우승자가 갈렸고, 2009년 대회에서는 단 1초 차이로 1위와 2위가 결정되며 대회 역사상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결말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 ‘마라톤의 전설’ 이봉주 역시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친 아쉬운 경험이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조시아 투과니(남아공)에게 단 3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이는 올림픽 마라톤 역사상 가장 근소한 격차로 남았다.

마라톤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42.195km라는 긴 여정을 통해 인간의 체력, 인내, 전략,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까지 시험하는 극한의 스포츠다. 그렇기에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선두가 마지막 순간에 무너지고, 뒤처진 선수가 막판 스퍼트로 역전하는 장면은 마라톤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그대, 혹시 지금 뒤처지고 있는가.

포기하지 않고 뛴다면,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