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앞으로다. 정규 시즌 잔여 경기는 34경기. 과연 이 기간 동안 타율을 2할8푼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타율을 2푼 올리려면 지금과 같은 타격감을 유지해야 한다. 매경기 평균 1개 이상의 안타를 쳐야 한다. 즉, 남은 경기에서 34안타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미션이지만, 최근 그의 타격 리듬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단순히 운이 따라준 결과는 아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턴에 적응하며 타격 타이밍을 수정했다. 강한 당겨치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밀어치기와 짧은 스윙으로 안타를 노리는 빈도가 늘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늘어났다.
타율을 2할8푼까지 올리는 건 단순한 수학적 목표가 아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 샌프란시스코의 불안정한 타선 보호,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 부담이 복병이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변화구 대응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몇몇 투수들은 이정후의 약점을 겨냥해 몸쪽 빠른 공과 바깥쪽 변화구를 조합하고 있다. 이 패턴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타율 상승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설령 2할8푼을 못 찍더라도, 이정후의 현재 과정은 의미가 크다. 35경기 동안 보여준 2푼 상승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이는 그가 메이저리그의 공에 '적응 중'이라는 신호이며, 내년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데뷔 첫 시즌부터 화려한 성적을 내는 선수는 드물다. 이정후가 지금 보여주는 몸부림은, 오히려 긴 커리어의 초석으로 봐야 한다.
결국, 잔여 34경기에서 2할8푼은 도전과제이자 상징적 목표다. 달성 여부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어떤 타석을 만들어가느냐다. 이정후의 타율 그래프는 단순히 숫자 싸움이 아니라, '적응의 역사'를 기록하는 곡선이 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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