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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메이저리그 타령 추신수가 KBO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

2023-01-26 12:43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의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의 추신수
미국서 오랜 생활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인 사고 방식에 젖는다.

미국에 이주한 지 오래된 교포들을 만나보라.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이 미국식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겠지만, 미국 문화가 한국보다 낫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불합리한 점이 보인다는 말이다.

반대로, 한국 문화가 미국보다 나은 점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대부분의 선수는 미국 스포츠 문화가 한국보다 낫다
고 생각한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뛴 선수다. 미국 야구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시스템이 몸에 배인 추신수는 KBO 리그 시스템이 열악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행기 1등석만 타다가 일반석에 앉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면서 "1등석은 이런데 여기는 왜 이래?"라고 불평한다.

일반석 사람들도 1등석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안다. 그러나 일반석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미 일반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들도 왜 1등석을 타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1등석을 탈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과는 그러나 1등석을 타든 일반석을 타든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야구의 목적은 메이저리그든 KBO 리그든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어디에서 뛰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팬들이라고 메이저리그의 화려함을 왜 모르겠는가? 주어진 상황에서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메이저리그나 KBO 리그 모두 수단이다. 목적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추신수는 수단을 목적의 자리에 올려놓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팬들의 즐거움보다 메이저리그를 목적으로 삼으려한다는 말이다.

이런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마치 이데올로기가 목적의 자리에 올라 사람들을 잡는 것과 같다.

미국에는 메이저리그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너리그도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 리그를 수단으로 즐거움을 추구한다.

세계 곳곳에 있는 야구 리그도 마찬가지다.

추신수가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행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만 최고 선수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추신수는 KBO 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그는 결코 비행기 일반석에 앉아 미국과 한국을 오갈 수없다.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KBO행이 안타까운 이유다. 항공사들은 일반석을 모두 1등석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를 갖고 있을 것이다. 피치못할 상황 때문에 일반석을 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일 것이다. KBO 리그 역시 메이저리그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어느 구단이 추신수에게 연봉 250억 원을 주겠는가?

따라서, '메이저리그는 이러니 KBO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으면 KBO 수준의 문화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합리한 것에도 무조건 눈감으라는 말은 아니다.

한국에서 뛰려면 한국 정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미국 정서가 낫다고 생각해도 말이다.

일부 외국인은 한국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자기 나라 정서를 깔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 전제를 내려놓으면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신수 역시 그래야 한다. 메이저리그라는 전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KBO리그가 어떤 리그인지 제대로 보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메이저리그 역시 KBO 리그만큼이나 '불합리한' 부분이 많지 않은가?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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