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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썰] 아시아는 봉인가, 왕인가

이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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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7-01-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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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히데키.사진=AP뉴시스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쓰야마는 9일(한국시간) 끝난 PGA투어 SBS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저스틴 토머스에 이어 준우승했다. 최근 나선 7번의 대회에서 우승 네 번, 준우승이 두 번이다.

지난 10일(한국시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뉴스를 보면서 동시에 떠오른 단어는 ‘아시아’다.

FIFA가 본선 진출국을 48개국으로 늘린 속내는 뻔하다. 세계 축구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이 FIFA에도 돈을 펑펑 쓸 길을 열어주겠다는 일종의 ‘통 큰 서비스’다.

PGA투어도 아시아를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PGA투어는 미 PGA투어 아시아 지사를 도쿄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으로 PGA투어의 시장을 아시아까지 확대하겠다는 속내다. 이런 타이밍에 일본의 라이징 스타 마쓰야마까지 등장했다.

한국 역시 PGA투어 입장에선 큰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 CJ가 새로운 PGA투어 대회(더CJ컵@나인브릿지)를 개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총상금 925만 달러로, 상금으로만 보면 메이저대회를 넘어선다. 또한 이 대회가 올해 10월 개최됨으로써 PGA투어는 10월에 아시아에서 3개 대회가 연속으로 열리는 ‘아시안 스윙’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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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CJ컵@나인브릿지대회협약식에참석한제이모나한.사진=CJ제공

더CJ컵@나인브릿지 개최를 두고 미국의 SI 골프플러스는 “제이 모나한(PGA투어 커미셔너)은 PGA투어의 외연을 국제적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거대한 시장이다. PGA가 돈을 버는 측면에서는 아시아에서 대회가 늘어나는 게 당연히 좋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골프팬 입장에서 보는 솔직한 의견도 덧붙였다. “미국 시간으로 새벽에 누가 일어나서 아시안스윙 대회를 일일이 지켜보겠나. 10월은 미국 스포츠팬 입장에선 풋볼을 보는 계절이다. 그러니까 PGA투어가 이 시기에 아시아에서 대회를 여는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현재 미국의 여자골프투어인지, 범아시아 여자골프투어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투어를 휩쓸고 있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LPGA투어 대회의 47%가 아시아 기업의 후원으로 열린다.

LPGA투어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및 아시아 선수들의 약진에 대해 ‘까칠한’ 입장이었다. 영어 인터뷰를 의무화 규정으로 넣었다가 논란이 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 내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입지가 좁아지는 여자 골프의 현실에 대한 정면돌파로 아시아 시장을 뚫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펑산산(중국)이 동메달을 따자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LPGA투어까지 가세해 ‘중국인들이 이제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1990년대 박세리가 LPGA투어에 처음 진출해서 승승장구할 때, 대부분의 한국팬들은 ‘박세리가 미국을 정복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응원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박세리 키즈’들이 등장해 LPGA투어를 누비는 지금의 느낌은 미묘하게 다르다. LPGA투어가, 즉 미국이 아시아에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대의 생각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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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인천에서열린LPGA투어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몰려든한국의골프팬들.마니아리포트자료사진.

PGA투어 역시 “한국의 골프팬들은 정말 열성적이다”라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며 한국 시장,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물론 미국은 선수들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더 큰 무대’이자 ‘꿈의 무대’다. 국수주의적인 입장만 고집하면서 자연스럽게 큰 무대로 물이 흘러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안하고 씁쓸한 부분은 분명 있다. ‘불균형’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 골프 선수들의 경기력은, 특히나 여자의 경우는 미국을 넘어설 정도로 뛰어나다. 그에 비해 한국 골프의 행정력, 그리고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투어를 살려내는 장사 수완은 미국 골프와 비교해서 과연 어떤 수준일까. PGA와 LPGA가 ‘한국 골프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우는 걸 보며 마냥 허허 웃을 일만은 아니지 않나.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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