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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12] 왜 윔블던은 남녀 종목을 ‘신사(gentllemen)’와 ‘숙녀(ladies)’라고 말할까

2023-02-22 07:16

2022년 윔블던 여자복식 우승, 준우승 조 기념사진.[EPA=연합뉴스]
2022년 윔블던 여자복식 우승, 준우승 조 기념사진.[EPA=연합뉴스]
윔블던은 남성과 여성의 단식·복식을 표기할 때 ‘Men’s’나 ‘Women’s’ 대신 ‘Gentlemen’s’와 ‘Ladies'’를 사용한다. 흰색 유니폼과 잔디 경기장과 함께 대회 초창기부터 지켜온 전통이다. (본 코너 911회 ‘윔블던은 왜 ‘잔디’에서 경기를 할까‘, 907회 ’테니스 드레스코드는 왜 ‘올 화이트’가 됐을까‘ 참조)

‘Gentlemen’s’와 ‘Ladies’‘는 원래 영국적인 개념으로 매너와 품위를 갖춘 남자와 여자를 부르는 말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에서는 ‘신사(紳士)’와 ‘숙녀(淑女)’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신사는 19세기 중국 지방 지배세력을 가리키는 말로 ‘Gentlemens’과 서로 유사한 뜻을 갖는다. 품위가 있고 부드러운 여성이라는 뜻인 숙녀는 일본식 한자어로 일본 고대시 ‘와카’를 모은 ‘신찬만엽(新撰万葉)(893‐913)’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라고 일본 사전은 설명한다. 신사와 숙녀는 보통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말이나 영어로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고 말하는 것을 공개된 모임 등에서 볼 수 있다. 남녀 모두를 존경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신사 숙녀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1년 9월19일자 '태화여자관(太和女子舘) 헌당식성황(獻堂式盛况)' 기사는 '작일(일요)오후두시반에 태화뎐자관의 헌당식을 거행한다함은 본보에 임의보도하엿거니와 예뎡대토 작일오후두시반에 크람(셔양인)박사의 사회한아래에 동관뎨일너른안마루에 셔식을거행하엿는대 마루와 좌우교실에는 신샤숙녀가々득히드러셔々 송곳 세울틈이 업시마는 대문으로는아직도뭉게々々말녀드러와 칠팔백명의군즁이마루와마당에찻건만은오히려 뒤를이여드러오는성황을 이루엇스며 졀차를따라 김즁우목사외 긔도가잇슨후 종교(종교(宗橋))친양대의 합창이잇셧고 크람박사의취지셜명이잇섯는바'라고 전했다.

1877년 창설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에서 1884년부터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경기를 각각 ‘Gentlemen’s’와 ‘Ladies'’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Men’s’나 ‘Womens’‘를 써도 되지만 이렇게 한 것은 ‘Gentlemen’s’와 ‘Ladies'’가 사회문화적인 의미에서 비슷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All England Lawn Tennis Club’은 스포츠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Men’s’나 ‘Womens’‘로 바꿀 계획이 아직까지는 없다고 한다. 특히 여성 스포츠가 남성 스포츠에 못지않게 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윔블던에서만큼은 예전 전통을 그대로 따라 ’ladies’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여자프로축구(위민스 리그)에선 팀 이름을 ‘레이디스’에서 ‘위민’으로 점차 바꾸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최고 명문팀 첼시와 아스날도 레이디스를 사용하던 것을 최근 몇 년 전부터 위민으로 변경했다.

윔블던은 갑론을박의 논란이 있지만 앞으로도 ‘신사’와 ‘숙녀’라는 종목이름을 특유의 브랜드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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