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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계, “레트로 감성 열풍”...그 원인은 ?

2023-01-17 16:49

최근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복고(레트로)’ 코드가 흥하고 있다. 영화·안방극장, 애니메이션·만화콘텐츠에 이어 가요계 까지 레트로감성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 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계에 불어닥친 복고 바람을 조망해 본다.

○ 영화·안박극장에서 '복고(레트로)’ 감성 물

사진제공=tvN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제공=tvN스물다섯, 스물하나


지난해 4월 종영한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혼란을 겪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펜싱 꿈나무 김태리와 방송사 스포츠 기자 남주혁의 로맨스에 삐삐·폴더형 휴대전화뿐 아니라 1990년대에 연재된 만화 ‘풀하우스’ 등이 주요 소품으로 등장해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개봉한 영화 ‘동감’도 1999년의 대학가 풍경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겼다. 영화는 각각 1999년과 2022년에 살고 있는 대학생 여진구와 조이현이 무전기로 연락을 나누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유선 이어폰·스티커 사진·공중전화·자전거 등 복고 느낌이 물씬 나는 소품이나 ‘방가방가’ ‘하이루’ 등 1999년의 유행어는 당시 시절을 젊은 시절로 보낸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1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인생은 아름다워'는 진봉과 세연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30여년간 이어져온 그들의 역사를 훑는다. 그 시절의 촌스러운 의상을 입고 보편적이면서도 귀여운 연애담을 보여주는 류승룡 염정아의 코미디 연기가 영화의 백미다. 1970년대부터 가깝게는 2010년대까지 '국민 가요'라고 부를만한 곡들을 부르며 노래에 맞춰 춤까지 추는 배우들의 모습이 새롭다. 80년대와 90년대 분위기를 살린 레트로한 풍경과 배우들의 귀여운 연기, 상황에 맞게 등장하는 '국민가요'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에 어느 정도 마음을 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 애니메이션·만화콘텐츠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추억을 소환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채널 ‘옛날티비:KBS 아카이브’를 통해 공개되는 추억의 만화(위)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은 ‘은하철도999’와 ‘세일러문’(아래) 등 레전드 만화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사진제공= KBS·왓챠·넷플릭스
사진제공= KBS·왓챠·넷플릭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1990∼2000년대 ‘레전드’로 꼽히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주요 콘텐츠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왓챠의 홍보·마케팅 관계자는 “1990∼2000년대 TV만화를 본 어린이·청소년들이 이제는 구매력을 지닌 성인이 되어 과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 재소비하고 있다”면서 “최근 레트로·뉴트로 트렌드와도 겹쳐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BS가 2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옛날 티비:KBS 아카이브’를 통해 다시 선보이는 TV만화의 조회수도 이를 보여준다. ‘아기공룡 둘리’,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 ‘영심이’, ‘날아라 슈퍼보드’, ‘달려라 하니’, ‘떠돌이 까치’, ‘두치와 뿌꾸’ 등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왔다. 특히 3시간 30분 분량의 ‘아기공룡 둘리’ 몰아보기 영상은 공개 1년 만에 333만 뷰(6일 기준)를 넘어섰다. ‘날아라 슈퍼보드’와 ‘떠돌이 까치’도 각각 320만 뷰와 244만 뷰를 기록했다.

○ 가요계 옛날노래 리메이크 열풍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가요계에서는 90년대 음악을 리메이크 하는 방식으로 레트로 바람이 불었다.

지난달 16일 보이그룹 NCT 드림은 발매된 H.O.T.의 ‘캔디’를 리메이크 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90년대 감성을 극대화하는 단단한 에너지의 비트를 강조해 ‘맞춤형 리메이크’라는 호평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레트로 유행에 가세했다. 전 세계에 K팝 열풍이 불어닥치자 K팝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K팝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기류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해외 팬들은 H.O.T.를 비롯해 보아·신화·핑클·S.E.S·젝스키스 등 과거 K팝그룹들의 음악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백워드 스필오버’라고도 불린다. 새로 유입된 가수의 팬이 과거 음반까지 관심을 갖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가요계에선 이 같은 아이돌 그룹의 리메이크를 두고 ‘Y2K(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문화현상) 인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1990년~2000년대 패션과 음악이 소위 ‘세기말 감성’이라 불리며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호응을 얻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7월 데뷔한 5인조 신인 그룹 뉴진스도 Y2K 감성을 전폭적으로 내세운 이 같은 레트로 코드를 들고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데뷔 음반 ‘뉴진스’의 타이틀곡인 ‘어텐션’ ‘하입보이’ ‘쿠키’부터 지난해 12월19일 공개한 프리 싱글 ‘디토’까지 모든 곡에 레트로(복고) 콘셉트를 입혀 인기를 끌고 있다. 1세대 걸그룹 S.E.S와 핑클을 연상하게 하는 긴 생머리 스타일에 ‘디토’의 뮤직비디오 화면을 채운 1990년대 학교 풍경 등도 이들의 레트로 콘셉트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MZ세대의 호기심과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데뷔와 동시에 관심을 받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가수 임영웅은 이문세가 2010년 드라마 OST로 불렀던 곡, ‘사랑은 늘 도망가’를 지난해 다시 리메이크 해 큰 인기를 얻었다. 임영웅이 부른 버전의 이 곡 뮤직비디오 영상은 최근 조회 수 7000만 회를 넘겼다.

정민재 평론가는 가요계의 레트로 코드와 관련해 “최근 KBS 연말가요시상식도 무대 키워드를 아예 ‘Y2K’로 앞세웠고, 아이브·있지·(여자)아이들 등 멤버들이 선배 걸그룹 SES 곡을 불렀다”며 “1세대 아이돌도 벌써 첫 데뷔가 20년 전이 됐다. 이들을 ‘계승’한다는 이미지가 이젠 위 세대에게는 그리움을, 젊은 세대에겐 신선함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도헌 평론가는 “위 세대 그룹들과 달리 최근 아이돌 그룹들은 전 세대를 아우르거나 일반 대중이 한 곡을 통으로 외우는 히트곡이 적다”며 “’인기는 많아도 오래 가는 명곡은 적다’는 요즘 아이돌의 고민에 대해 리메이크가 현명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문원 평론가는 “요즘 세대는 특히 신곡과 과거곡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곡을 유튜브 등으로 콕 집어 찾아 듣는 ‘디깅(Digging)’ 세대로 불린다"며 개인적 취향에서 비록된 레트로 열풍에 대해 평가했다.

레트로 열풍이 엔터계 장악...그 원인은 ?

전문가들은 가요계를 비롯해 극장과 안방가에 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레트로 바람의 원인으로 코로나 19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현실이 불안정해지자, 옛것을 추억하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심리 '노스탤지어(nostalgia)'가 샘솟게 된 것을 원인으로 간주한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 회귀 등을 기반으로 한 레트로 트렌드가 자리 잡은 것이다.

또한, 요즘의 젊은 세대들과 과거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의 각기 다른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켰기 때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동기에서 출발했으나 결과적으로 두 세대가 소통하고 만나는 접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경영전문대학원 원장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레트로 열풍이 주류 문화로 꾸준히 자리잡지는 않더라도 틈새 문화로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각자의 취미나 취향을 어필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있고, 틈새 커뮤니티를 통해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민정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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