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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26] 왜 ‘더비(Derby)’라고 말할까

2022-12-14 04:35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서 같은 뛰는 '아프리카 이민 2세대' 모로코 하키미(왼쪽)와 프랑스 음바페.[EPA=연합뉴스]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에서 같은 뛰는 '아프리카 이민 2세대' 모로코 하키미(왼쪽)와 프랑스 음바페.[EPA=연합뉴스]
15일 새벽 4시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에서 맞붙게 될 프랑스와 모로코전은 ‘식민지 더비’로 주목을 받는다. 식민지 더비라는 말을 모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다가 1956년 독립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모로코는 16강전에서도 역시 식민지배를 한 스페을을 맞아 통쾌한 승리를 거둔 바 있어 또 한번의 이변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모로코 이민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서방으로 떠났다. 그중 상당수가 스페인, 프랑스에 정착한 역사는 모로코 대표팀 선수 명단에 반영돼있다. 모로코 선수 26명 중 14명이 이민 2세대 출신인 가운데, 현재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5명이나 된다. 그중 부동의 오른쪽 풀백인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는 프랑스 골잡이 음바페와 아프리카계 이민 2세대의 정서를 공유하는 동갑내기 '절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음바페는 카메룬 출신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원래 더비라는 말은 영어 ‘Derby’를 우리말로 표기한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더비’는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더비라는 말의 기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어 유래에는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영국 도시 더비셔의 애쉬본에서 열리는 로열 슈로베타이드 풋볼에서 유래됐다는 설, 1780년 12대 더비 백작에 의해 설립된 영국의 경마 더비에서 유래됐다는 설, 잉글랜드 정중앙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더비라는 도시에서 유래됐다는 설 등이 있지만 모두 정확하지는 않다.더비는 원래 같은 지역 연고팀들 사이 경기에서만 사용한다. ‘로컬 더비(Local Derby)’가 본래 의미였지만, '치열한 라이벌전'을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 사이 경기도 더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비라는 이름을 붙인 경기로 유명한 것은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이다. 이는
잉글랜드 북서부 도시 맨체스터를 연고로 한 맨시티와 맨유 사이의 라이벌전을 말한다. 양 팀의 첫 경기는 1881년 11월12일 벌어졌다. 당시 두 팀은 세인트 마크스 웨스트 고든(맨시티)와 뉴턴 히스(맨유)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가져 뉴턴 히스가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신문은 두 팀간의 대결을 ‘유쾌한 경기’라고 보도했다. 첫 리그 더비경기였던 1894-1895시즌에는 뉴턴 히스가 5-2로 이겼다.

맨체스터 더비는 축구 발상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인기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든든한 자본력을 발판으로 삼아 1990년대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맨체스터 더비는 잉글랜드 뿐 아니라 세계 축구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가 출신의 사업가 셰이크 만수르 회장이 인수를 하면서 중동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잉글랜드 축구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이라며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페인 프로축구에는 ‘엘 클라시코(El Clásico)’라는 말이 있다.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라이벌 경기를 말한다. 엘 클라시코는 영어 정관사 ‘The’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엘(El)’과 고전을 의미하는 ‘클라시코(Clásico)’의 합성어로 전통의 고전이라는 뜻이다.엘 클라시코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두 팀간의 라이벌 대결은 1세기가 넘었지만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두 팀간의 경기는 ‘엘 더비(El Derby)’, ‘마드리드-바르사('Madrid-Barca), 또는 바르사-마드리드(Barca-Madrid)’라고 불렀다. 엘 클라시코라는 말은 중남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아르헨티나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 대결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경기를 ‘수퍼클라시코(Superclasico)’라고 부르고 있었다. 모국인 스페인이 한때 식민지였던 중남미에서 이 말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미국 야구에서도 더비라는 말을 쓴다. 같은 팀에서 한 포지션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홈런 경쟁을 할 때도 ‘홈런 더비(Home run Derby)라고 말한다.

한국 축구에선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서울)과 평양간의 ‘경-평전’이 가장 유명했으며, 현재 프로축구에서 FC 서울-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의 동해안 더비로 알려져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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