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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19] 왜 ‘페널티 슛아웃(Penalty Shoot-out)’을 ‘승부차기’라고 말할까

2022-12-07 06:33

7일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에서 활약한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EPA=연합뉴스]
7일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에서 활약한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EPA=연합뉴스]
‘무적함대’ 스페인이 모로코에 승부차기로 침몰했다.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던 일본도 크로아티아에 승부차기에 패해 패퇴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부터 단판 승부인 ‘녹아웃 토너먼트(Knockout Tournment)’ 방식이 적용되면서 벌어진 결과이다. (본 코너 16회 ‘‘녹아웃토너먼트(Knockout Tournment)’의 ‘토너먼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참조) 정규시간과 전·후반 15분의 연장전에서도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양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승부차기는 영어 ‘페널티 슛아웃(Penalty Shoot-out)’을 옮긴 우리식 표현이다. 이기고(勝) 진(負)다는 의미인 한자어 ‘승부(勝負)’와 발로 찬다는 의미인 순 우리말 ‘차기’가 결합한 것이다. 영어 ‘Penalty Shoot-out’은 벌을 뜻하는 ‘Penalty’와 누군가가 쓰러져야만 끝나는 ‘총격전’을 뜻하는 ‘Shoot-out’이 합쳐진 말이다.

미국 야구에서도 마치 권총을 쏘는 모습을 하는 심판의 판정을 ‘Shoot-out’이라고 말한다.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이런 동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이는 MLB 심판 론 루시아노(1937-1995)다. 그는 1972년 시즌동안 마치 선수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으로 아웃판정을 해 화제가 됐다. 1982년 자신의 저서 ‘The Umpire Strikes Back’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 외야수 아모스 오티스가 근접 플레이를 할 때 아웃을 선언했는데 사실 나 스스로 정신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그는 시즌 초부터 오티스에게 의식적으로 세이프를 선언하며 자신이 스스로 보상심리로 판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한다. 오티스가 안타를 쳤을 때 15피트 차이로 아웃을 선언했는데, 로열스 덕아웃에서 자신을 향해 ‘Shoot him’이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올바른 판정을 하기 위해 오티스를 향해 총쏘는 포즈를 취하며 아웃을 선언했다고 한다. 그의 기술은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1974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협회 여론조사에서 그는 우수 등급을 받은 단 두 명의 아메리칸 리그 심판 중 한 명이었다.

현대 축구에 승부차기가 도입된 역사는 의외로 짧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연장 120분 경기로도 승부가 갈리지 않으면 동전던지기 또는 다음날 재경기로 승자를 정하거나 공동 우승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버마과 결승전에서 비겨 공동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승부차기는 1970년대 중반까지 유럽 클럽 간 대항전을 중심으로 서서히 보급되다가 유로 1976에서 처음 채택되었으며, 2년 뒤인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공식 채택됐다. 하지만 정작 이 대회에선 승부차기까지 간 경기가 없었다.

월드컵에서 첫 승부차기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나왔다. 당시 준결승에서 서독과 프랑스가 연장전까지 3대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부차기 결과 서독은 세 번째 키커만 실축한 반면, 프랑스는 네 번째 및 여섯 번째 키커가 성공하지 못해 결국 서독이 5대4로 승리헀다. 승부차기로 월드컵 챔피언이 결정된 경우는 2차례 있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이다. 1994년엔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2006년엔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승부차기라는 말은 197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다. 조선일보 1976년 6월29일자 ‘공동우승의 인생(人生)’이라는 칼럼에서 ‘마지막 승부(勝負)를 판가름하는 축구(蹴球)경기의 승부(勝負)차기를 볼때마다 선수 못지 않게 가슴을 죄게 된다. 팽팽히 맞서서 승부가 나지 않고 어느 한쪽이 실축(失蹴)할때까지 내리차기가 계속되면 경기에 대한흥미보다는 너무 잔인(殘忍)하다는 생각마저 들게된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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