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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2] 왜 ‘월드컵 징크스(jinx)’라고 말할까

2022-11-19 07:51

월드컵 징크스 가운데 '펠레의 저주'는 축구황제 펠레의 예언이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사진은 현역시절 펠레 모습.
월드컵 징크스 가운데 '펠레의 저주'는 축구황제 펠레의 예언이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사진은 현역시절 펠레 모습.
징크스는 우리말화 된 말로 영어에서 넘어 온 외래어이다. 불길한 일, 재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통상 “꼭 이 일만 하면 일에 제대로 안 풀린다”, “이건 꼭 이렇게 되더라”며 말할 때 쓰인다. 스포츠에서는 경기가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믿을 때 사용한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영어 ‘jinx’는 그리스어 새 이름 ‘junx’가 어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 새를 점치는데 사용했는데, 머리 생김과 움직임이 뱀과 같다고 불길하게 여겼다. 라틴어 ‘jynx’를 거쳐 영어로 변형됐다. 불길한 일의 반복 등을 뜻하는 징크스의 뜻은 미국방언학회의 베리 포픽(Barry Popik)이 1868년 유행하였던 기마수병 징크스 대령의 뜻인 ‘Captain Jinx of Horse Marines’라는 미국의 민요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제안한 사람으로, 이 곡은 불행과 저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미국 스포츠에서 이 말은 알렌 상그리(Allen Sangree)라는 작가가 야구를 주제로 한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인 ‘The Jinx’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기도 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일제강점기때부터 징크스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38년 12월23일자 ‘사랑하는까닭에 이혼(離婚)’ 기사는 ‘헐리우드에서 징크스(흉운(凶運)을가진여자(女子))의 여배우로 특수한명연기를 가지고잇는『베티·데—비쓰』가 얼마전 문학과연극을 전공하는 남편『하—몬·넬슨』과육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기로되엿다’고 전했다.
'월드컵 징크스'는 역대 월드컵에서 그동안 여러 징크스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1회 대회부터 92년이 지나 이번에 열리는 제22회 대회 직전까지 월드컵에서는 많은 징크스가 생겨났다. ‘승자의 저주’, ‘펠레의 저주’, ‘월드컵 개막전 징스크’, ‘4강의 저주’, ‘외국인 감독으로는 우승 못 한다’ 등을 꼽을 수 있다.

펠레의 저주는 축구황제 펠레의 예언을 이르는 말로 반드시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징크스이다. 그의 예측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펠레의 칭찬을 들으면 무조건 망하고 펠레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무조건 대성하는 희한한 말이다. 예언이 반대로 이루어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펠레가 부정적인 발언을 한 팀이나 선수의 경우에는 오히려 잘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월드컵 '승자의 저주'는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유럽 국가들은 다음 대회에서 초반 굴욕을 당하고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월드컵 '승자의 저주'는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유럽 국가들은 다음 대회에서 초반 굴욕을 당하고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승자의 저주는 정확히 말하면 ‘유럽 챔피언들의 저주’다.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유럽 국가들은 다음 대회에서 초반 굴욕을 당하고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승팀 프랑스는 다음 대회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에 0-1, 덴마크에 0-2로 패하고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는 등 1승은 고사하고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 2패를 기록하며 A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이어 2006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역시 1승도 하지 못하고 2무 1패를 기록하며 F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B조 4개 팀 중 3위로 밀리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 역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0-2로 지는 등 1승 2패로 F조 최하위로 떨어지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 개막전 징크스는 ‘승자의 저주’와 맥락을 같이하는 말이다. 지난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의 국가대표팀은 부진한다는 것이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기 개최국들이 우승에 실패했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경우는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개최국이었던 우루과이가 스스로 참가를 포기해 이 징크스를 적용하기가 어렵다.


4강의 저주는 이전 대회 4강권 팀 중 하나는 무조건 지역예선 혹은 월드컵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어느 한 팀은 꼭 지역예선이나 조별리그에서 떨어지는 전통이 생겼다. 외국인 감독으로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21회인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 번도 외국인 감독으로 우승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모두 자국 출신 감독이 이끄는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한국 축구대표팀과 관련한 징크스로는 ‘공한증(恐韓症)’이 있다. 한국을 무서워한다는 한자어이다. 이는 중국팀이 한국팀과의 경기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중국 언론에서 먼저 쓰던 단어였다.
대부분 징크스는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징크스가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언론의 영향이 크다. 스포츠라는 것이 워낙 객관적인 실력 외에 운이나 컨디션 등 다양한 요소로 승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언론들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징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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