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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는 2개월 후 끝, 이강인은 최소 2034년까지'...시간은 '슛돌이'편

2022-09-28 02:32

이강인
이강인
SBS 사극 '뿌리깊은 나무'에서, 태종 이방원은 아들 이도(세종)가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자 빈 찬합을 그에게 보낸다. 조선을 이끌 방도를 찾지 못하면 '자결'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도는 빈 찬합의 의미를 이방원이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해석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빈 찬합은) 아바마마께서 계시지 않는 조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아바마마보다 오래 살 것이니 말이옵니다. 그 세상을 대비하라. 그런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이도는 자신의 말대로 이방원이 없는 세상을 잘 대비했고, 훗날 조선 최고의 왕으로 평가받게 됐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22)이 1년 6개월 만에 벤투호에 승선했지만, 2차례 평가전에서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에 축구 팬들이 아우성을 쳤다. 카메룬과의 경기에서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벤투 감독을 압박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팀이 아닌 선수 개인에 대한 질문만 한다"며 짜증을 냈다.

축구 팬들은 벤투 감독의 '이강인 패싱'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라리가 소속 팀에서 맹활약 중인 그를 기용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팬들의 그 같은 성화는 당연하다. 이강인의 나아진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져온 이강인 없는 전술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월드컵 본선에서도 이강인을 투입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오롯이 이강인의 책임이다. 그동안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눈에 들 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의 활약 만으로 벤투 감독에게 신뢰감을 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일 수 있다.

벤투 감독 뿐 아니라 어떤 감독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강인을 기용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따라서 이강인은 이번에는 대표 팀에 승선했다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 이상은 욕심일 수 있다.

이강인은 이제 겨우 22세다. 앞으로 대표 팀에서 활약할 시간이 더 많을 선수다.

이번 월드컵이 아니면, 다음을 노리면 된다.

이도의 말처럼, 벤투 감독은 앞으로 2개월 후면 4년 계약이 끝난다. 월드컵 기간 중에 잘릴 수도 있다.

그가 대표 팀을 다시 맡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설사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다고 해도 그럴 것이다.

사실, 축구협회는 타 유명 감독에 비해 '싼 값'이라는 이유로 벤투를 데려왔다.

그가 대표 팀을 맡아서 올린 성과는 신통치 않다.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했다. 해외파들이 빠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0-3으로 대패했다.

축구협회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그의 과거 경력이 무색할 정도의 초라한 성적이다. 과거 같으면, 중간에 경질됐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줄 것으로 기대했기에 축구 팬들은 지금까지 참았다.

이강인도 인내하며 지금보다 기량을 좀 더 향상시킨다면, 손흥민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랫동안 대표 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 팬들은 벤투를 금방 잊어버린다. 그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이강인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로 남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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