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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36] 육상은 왜 ‘반시계방향(anticlockwise)’으로 달릴까

2022-07-01 07:22

국내 육상 경기대회 400M계주서 선수들이 반시계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육상 경기대회 400M계주서 선수들이 반시계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육상연맹과 대한육상연맹은 경기 규칙에 ‘최소 1개의 곡선주로를 포함하는 레이스의 경우, 걷거나 달리는 방향은 왼손이 트랙 안쪽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레인은 달리는 방향에 대하여 왼쪽(안쪽)에서부터 제1레인으로 하고 차례대로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모든 육상 트랙 경기의 달리는 방향을 왼쪽, 즉 반시계방향으로 한다는 것이다.

반시계방향은 영어로 ‘anticlockwise’, 혹은 ‘counterclockwise’로 표기한다. 영어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anticlockwise’은 영국에서 먼저 사용된 말이지만 ‘counterclockwise’도 미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할 때 이미 영국에서 쓰던 말이다. ‘anticlockwise’는 1879년 영국에서 시계 회전 방향에 대해 말할 때, ‘clockwise’의 반대말로 일반적으로 통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계를 의미하는 ‘clock’와 방향을 의미하는 접미사 ‘wise’의 합성어인 ‘clockwise’에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anti’가 합쳐져 이뤄진 단어이다. 우리말로는 시계방향에 반대되는 의미로 반시계방향이라고 불렀다.

원래 시계바늘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게 만들어져 있다. 근대에 들어 시계가 발명되기 이전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알기 위해 해시계를 사용했다. 지구의 북반구에서 해시계 막대기의 그림자는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움직인다. 시계 바늘은 해시계의 그림자를 모방해 만들었다. 만약 시계가 지구의 남반구에서 만들어졌다면 시계방향의 개념도 정반대가 됐을 것이다. ‘clockwise’라는 말 이전에는 영어에서 태양을 향한다는 의미인 ‘sunwise’라는 말을 시계방향과 같은 뜻으로 썼다고 한다.

당초 육상 경기도 시계방향으로 뛰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렸을 때 선수들은 트랙경기에서 시계방향으로 달렸다. 시계방향으로 뛴 선수들은 올림픽 후 많은 불평을 터뜨렸다. 생각한대로 기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12년 현재의 반시계방향 규칙을 정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뛰는 방식, 즉 반시계방향으로 뛰도록 했다.

이후 IOC 규정은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다. 반시계 방향으로 경기를 하는 종목은 육상 트랙만이 아니다. 경마, 자동차 경주, 스피드 스케이팅, 사이클도 이런 방식으로 경기를 한다. 심지어 야구조차도 반시계방향 경로를 따른다. 홈에서 출발한 주자가 반시계방향으로 1,2,3루를 돌아 다시 홈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이유에는 여러 설이 있다. 먼저 지구 자전에 따른 설이다. 지구가 회전하면서 제트기류와 같은 강한 공기저항이 생긴다고 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리면 저항을 받지 않고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뇌과학 이론에 따르는 설도 있다. 우뇌가 좌뇌보다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왼쪽 눈을 통해 공간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지배하기 때문에 트랙을 왼쪽으로 돌 때 더 편하고 빠르게 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설은 오른발잡이와 심장의 위치를 이유로 든다. 세계 인구의 대다수인 오른발잡이의 경우, 왼발이 버팀 작용을 하고 오른발은 운동 작용을 한다. 왼쪽으로 트랙을 달리면 왼발이 체중을 지탱하고 오른발이 지면을 차고 나가는 역할을 해 오른쪽으로 돌 때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랙을 왼쪽으로 달릴 때 트랙 바깥쪽으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작용하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몸의 중심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심장이 왼쪽에 있어 원심력을 극복하고 왼쪽으로 달리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느 설이 더 정확한 지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육상 트랙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유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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