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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대학배구, 이대로는 안된다”...대학배구 최고 지도자 홍익대 박종찬 감독

2022-04-22 10:28

2년전 이 코너를 통해 인터뷰 할 때 말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2020대학배구 U리그에서 예선 전적 포함 전승으로 홍익대가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박종찬(52) 감독은 “한국남자배구는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면 경쟁력을 절대 갖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 최강 홍익대를 이끌면서 대학배구 뿐 아니라 한국배구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동안 한국남자배구는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예선탈락을 한 뒤 올림픽 본선과는 담을 쌓았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은 물론 이란 등에도 밀리며 번번히 올림픽 티켓획득에 실패했다. 남자배구로서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성균관대 3학년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7년간 대표팀에서 부동의 센터로 활약했다. 1991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세계대회 예선전에서 독일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본선 티켓을 획득했을 때부터 1995년 월드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6강에 올랐을 때까지 주전으로 뛰었다. 당시 대화는 자신의 대표선수 때와 비교하면서 한국 배구에 대해 걱정하는 화두를 올렸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2년전 대화가 생각난 것은 다음 주부터 시작될 2022대학배구 U리그를 앞두고 한국 배구의 어두운 미래를 우려했던 그의 팀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작년 뛰었던 7명 중 5명이 프로팀으로 나갔다. 2명만이 남아 뛰고 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신입생으로 채웠다”는 그는 “팀 정원이 17-18명은 돼야 하는데 현재 13명 정도로 이번 대회뿐 아니라 올 시즌은 치러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박 감독의 걱정은 기우가 될 지도 모른다. 대학배구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돼 팀간 전력이 엇비슷하다는게 대학 감독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다른 대학팀이라고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배구 전반 전력이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 감독이 2년전 한국배구가 경쟁력을 잃었다고 걱정스러워 했던 것은 선수들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유망주 발굴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홍익대가 올해 이런 한국배구의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는 부족한 선수를 갖고도 훈련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전력을 끌어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이중적인 일’을 해야하는 현실로 인해 적지않은 어려움을 감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팀 훈련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학과 수업에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해 학과 수업이 없는 평일 저녁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전쟁에 대비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군인들이 전투에서 잘 싸울 수 없듯이 개인 및 팀훈련을 하지 않은 선수들은 결코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학운동 선수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박 감독을 20일 홍익대와 경희대 연습경기가 벌어진 경희대 수원 국제캠퍼스 체육관에서 만났다.

대학배구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는 박종찬 홍익대 감독은 "현재 대학배구 위기를 해결하려면 엘리트스포츠의 전반적인 개편과 함께 유망주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대학배구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는 박종찬 홍익대 감독은 "현재 대학배구 위기를 해결하려면 엘리트스포츠의 전반적인 개편과 함께 유망주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원 기자]


“대학배구,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배구의 문제점을 얘기해달라.

“먼저 절대 선수수가 부족하다. 고등학교부터 선수가 없으니 대학에 선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고교 팀수가 많지 않은데다 팀별 선수수가 20명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 절반인 10명 안팎인 팀들이 적지 않다. 고교 배구 문제는 바로 대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홍익대도 필요한 선수를 받고 싶어도 고교에서 받을만한 선수가 없다. 오죽하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배구를 시작한 선수를 입학시키는 경우도 있다. ”

-이른바 ‘정유라 사건’이후 대학 스포츠의 정상화라는 이유로 대학선수들의 수업 참여를 의무화했는데.

“배구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대학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하면서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 하느랴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운동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공부까지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선수 생활을 할 때보다 지금 선수들이 훨씬 어려운 상황을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같은 교육 시스템은 선수에게 큰 보탬이 되지 않고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년 전 스포츠개혁위원회에서 내놓은 지침은 선수 입장 보다는 이상론에 치우친 감이 있다.”

-어떻게 해야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나.

“운동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을 강요해선 안된다. 선수들에게 좀 더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자율권을 부여해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마 일본에서도 한때 공부와 운동을 병행시키려 하다 별 성과가 없자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도 선수들에게 선택권을 줘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 줘야할 것이다. 이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만 하면 될 수 있다. ”

대학배구의 전반적인 문제를 보편적인 교육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게 그의 얘기이다. “배구계도 좋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대학배구는 한국배구의 젖줄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유망주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2021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홍익대 배구팀. [박종찬 감독 제공]
2021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홍익대 배구팀. [박종찬 감독 제공]


“개인적으로 지난 2년동안 행복했다. 올해는 힘든 시기가 될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난 2년간 홍익대는 대학배구 최강자로 군림했다. U리그와 전국대학 대회를 잇달아 석권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4년 홍익대 감독을 맡은 이후 5년 동안 모두 5번 대학부 우승을 차지했는데 지난 2년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것이다.

-지난 2년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지난 2017년 U리그우승이후 준우승만 여러 번 하다가 2년전부터 최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각기 제 몫을 해주었고 팀웍도 아주 좋았다. 감독을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해주고 싶다.”

박종찬 홍익대 감독이 20일 경희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지원 기자]
박종찬 홍익대 감독이 20일 경희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지원 기자]


-올해는 주전들이 많이 빠져 나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4학년 레프트 이진성(1m92)과 3학년 센터 김준우(1m97)과 2명만이 작년에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신인들로 구성됐다. 주전 대부분이 빠져 나간 전력의 공백을 아직 메우지 못해 이번 U리그에서는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나.

“일단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쯤 팀웍이 갖춰지면 한번 기대해볼만 하다. ”

박 감독은 대학에서 벌써 20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홍익대 감독을 맡기 이전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2000년 이후 13년간 감독을 했었다. 유중탁(60) 명지대 감독, 김찬호(58) 경희대 감독, 최천식(57) 인하대 감독 등이 나이는 위지만 순수 대학지도자 경력은 가장 오래됐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로팀에서 자신의 지도역량을 한번 발휘해보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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