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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30] 태권도에서 왜 ‘범서기’라고 말할까

2022-02-17 11:21

호랑이가 서 있는 형상에 착안해 이름 붙여진 태권도 범서기 동작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호랑이가 서 있는 형상에 착안해 이름 붙여진 태권도 범서기 동작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호랑이는 그 자체로 한국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한반도 모양이 호랑이를 닮았다고 해서 공감대를 얻는 동물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엠블럼에도 들어가는 동물이기도 하다. 호랑이의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범을 뜻하는 ‘호(虎)’와 이리를 뜻하는 ‘랑(狼)’에 접미사 ‘이’가 붙어 육식 맹수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이 유력한 설로 얘기되고 있다.

2020년 이날치는 밴드음악과 국악을 접목시킨 ‘범 내려온다’라는 힙한 노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으로, 해학과 현실 풍자, 우화적 비유가 압권인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현대 음악으로 대중화시켰던 것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호랑이를 뜻하는 ‘범’은 순우리말이다. 그냥 범이라고 하면 호랑이를 뜻하지만 불과 반 세기 전만 해도 호랑이와 표범을 모두 범이라고 했다. 호랑이는 '참호랑이'나 '줄범', 표범은 '개호랑이'나 '알락범(매화범)'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중세 한국어에서는 '저우롬' 혹은 '저우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태권도 서기동작의 하나인 범서기는 호랑이가 서 있는 형상에 착안해 이름 붙여진 용어이다. 범과 서기의 결합어로 범 같이 서 있다는 의미이다. 마치 범이 목표물을 향할 때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용어로 보인다. 범서기라는 말은 한국 고유의 무도인 수 많은 태권도 용어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잘 살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범서기는 앞서기에서 두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낮추어 선 자세를 말한다. 범서기는 순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 로마자로 ‘beomseogi’라고 표기하고 영어로는 호랑이가 선 자세라는 의미로 ‘tiger standing’라고 말한다.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반격을 수행하기 위해 몸의 중심을 낮추고 한 발을 내디뎌 선 자세를 범서기라고 말한다. 이때 체중은 뒷발에 싣고 앞발은 앞꿈치만 살짝 닿도록 하여 몸의 균형을 잡는다.

앞발의 뒤축과 뒷발의 앞축은 자기의 몸에서부터 같은 선상에 놓여야 한다. 이때 앞발의 발끝은 앞쪽을 향하고, 뒷발의 발끝은 자연스럽게 틀어 바깥쪽을 향하도록 한다. 몸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빠른 속도로 기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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