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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22] 태권도에서 왜 ‘밀기’라는 말을 쓸까

2022-02-06 08:30

태권도 밀기 동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태권도 밀기 동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아시아권 나라를 종주국으로 하는 스포츠 가운데 가장 먼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것은 일본의 유도였다. 1964년 도쿄 올림픽때의 일이었다. 그 다음이 태권도다. 가라테 우슈 등 유사 투기종목을 제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본 코너 559회 ‘왜 한국을 태권도에서 ‘종주국(宗主國)’이라 말할까‘ 참조)

유도와 태권도는 같은 격투기이지만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유도가 기습적으로 잡아 당겨 넘기는 게 기본 전술인데 반해 태권도는 밀어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격하는 게 특징적인 전술이다.

태권도에서 이를 잘 확인하게 하는 기술이 있다. 밀기이다. 보조기술의 하나인 밀기는 상대방을 손이나 발로 밀거나 밀쳐내는 동작이다. 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하며, 자기 수련과 호흡조절을 위해서도 활용한다.

밀기는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타동사인 ‘밀다’의 명사형이다. 목표물을 밀거나 밀쳐낸다는 의미로 밀기라는 말을 쓴다. 태권도에서 밀기는 순우리말 그대로 로마자로 ‘milgi’로 표기한다.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밀기는 크게 밀어내기와 밀쳐내기로 나뉜다. 밀어내기는 상대방의 몸에 손이나 발을 댄 채 상대방을 미는 동작이다. 밀쳐내기는 손이나 발로 상대방의 몸을 순간적으로 튕겨내는 동작이다. 같은 밀기동작이라도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댄 채로 상대방을 미는지 미는 시점에만 순간적으로 상대방과 접촉하는지에 따르 힘 쓰임새가 달라진다.

원래 공식 경기서는 밀기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은 2017년부터 지루한 경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밀기를 허용하도록 경기규칙을 개정했다. 이 규정은 점수를 앞서는 선수가 상대를 잡거나 끼고 공방을 회피하면서 시간 끄는 행위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과거와 달리 서로 붙은 상태에서 밀면서 공격해 얻은 득점을 인정할 수 있다. 공격 방해 목적으로 밀거나 한계선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미는 행위가 아니라면 밀기 동작 모두를 규제하지 않는다. 공격과 상관없이 상대를 강하게 밀어도 괜찮고, 밀었을 때 상대가 넘어지면 오히려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밀기를 성공하기 위해선 거리조절과 공간확보가 아주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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