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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95] 태권도에서 ‘기마자세(騎馬姿勢)’가 왜 중요할까

2022-01-06 13:41

태권도 주춤서기는 심신수련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선 도장에서 주춤서기를 하는 수련생 모습. [강선태권도장 블로그 캡처]
태권도 주춤서기는 심신수련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선 도장에서 주춤서기를 하는 수련생 모습. [강선태권도장 블로그 캡처]
태권도도장에 여러 젊은이가 도열해 있다. 모두 무릎을 굽히고 양팔은 앞으로 쭉 뻗은 기마자세다. 자세를 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얼굴에는 고통스런 표정이 보인다. 힘든 기색이 역력하며 옷은 금방 땀으로 흠뻑 젖었다. 사범의 눈을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기 때문이다. 인터넷 동영상에 올라있는 한 태권도 도장의 모습이다. 마치 벌이나 기합을 받는 것 같지만 태권도 기본 동작을 배우는 장면이다.

군대를 다녀온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대에서 총검술을 할 때 배우던 기마자세가 생각날 것이다. 기마자세는 하체단련을 위한 기본적인 자세이다. 마치 말을 탄 모습,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취하는게 기마자세이다. 기마자세는 고대부터 무술 수련을 위한 기본자세이며 단련자세이기도 하다.

기마자세(騎馬姿勢)라는 말은 원래 한자어로 말을 타는 자세를 뜻한다. 김유신 장군 동상이나 알렉산더 대왕 동상을 연상하면 그 모습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선조들은 기마를 중시한 민족이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고대 시대 부여나 고구려는 비유목(非遊牧) 계통의 기마민족이 세운 왕조였다. 특히 고구려는 동북아시아·만주에 있던 퉁구스 계통의 민족이었고, 4∼6세기 초에 걸친 전성기에는 한반도의 태반과 남만주를 세력권에 두었다. 고대 한반도의 기마민족이 일본 열도에 진출해 초기 국가를 형성했다는 학설도 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기마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1006건이나 올라와 조선시대에 기마라는 단어를 일상어로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다.

기마자세는 원래 동양 무술이나 기공에서 기본이 되는 자세이다. 마치 말을 탄 것과 같은 모양으로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것이다. 기마자세가 말(馬)과 관련한 말을 쓰게 된 것은 힘을 상징하는 말을 타는 모양과 말의 뒷다리처럼 구부린 모습 때문이다. 기마자세는 움직이지 않는 수련방법이다. 기마자세는 태권도, 유도, 검도, 태극권, 당랑권, 쌍절곤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스키, 승마, 골프, 사격 등에서도 기마자세는 기본자세로 쓰인다.
기마자세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선 자세로 하체에 힘을 줌으로써 상체의 긴장이 풀리며 혈역계통, 내분비계통 조절작용에 도움을 준다. 또 많은 열량을 소모시켜 소화계통을 조절해 비만을 치료할 수 있으며 하반신 혈액 순환을 돕는다.


태권도에서 기마자세를 우리 말로 ‘주춤서기’라고 부른다. 영문으로는 ‘riding stance’라고 표기한다. 주춤서기에서 주춤이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 말로 엉거주춤에서 유래한다. 어정쩡한 자세를 뜻한다. 주춤서기는 완전히 바닥에 앉는다는 의미가 아닌, 의자에 앉듯 자세를 낮춰 앉는 서기를 말한다. 태권도에서 주춤서기는 가장 안정된 자세로 아무리 흔들어도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주춤서기가 기립상태에서 무게중심이 잘 잡힌 자세여야 하는 이유이다.

주춤서기 종류는 주춤서기, 안쫑주춤서기, 모 주춤서기 등의 방법이 있다. 주춤서기는 준비자세로부터 시작한다. 준비서기 자세에서 다리 넓이를 두 배로 벌린다. 팔 모양은 앞으로 반드시 뻗어서 손 모양이 교차가 되도록 한다. 준비라는 구령을 하면 끌어 당겨서 양 주먹이 옆구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춤서기 자세를 몇 분만 하면 기(氣)가 잘 흐르고 다리가 탄탄해지며 정력도 좋아진다고 한다. 단전에 집중하면서 심호흡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신이 편안해질 수 있다. 주춤서기는 태권도에서 심신수련을 위한 최고의 동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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