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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91] 왜 태권도 품새에서 ‘금강(金剛)’이라는 말을 쓸까

2022-01-01 09:57

태권도 유단자가 금강 품새를 시범동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태권도 유단자가 금강 품새를 시범동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경주 불국사 석굴암안에는 석가모니 불상인 본존불을 지키는 ‘금강역사상(金剛力士像)이 있다. 한 쌍의 석물이 석굴암의 주실 입구 양쪽으로 웃옷을 벗어제치고 주먹을 치켜든 채 기세등등하게 본존불을 호위하기위해 서 있는듯한 모습이다.이 금강역사상은 지난 수십년간 태권도 학계에서 금강 품새와 관련해 많은 논란을 빚었다. 금강 품새가 여기서 비롯됐다는 기원설 때문이다.

태권도 학계는 그동안 금강역사의 자세와 동작은 태권도 동작과 매우 흡사하다며 태권도 정사에 포함했다. 국기원 세계태권도연수원(WTA)이 2015년 출간한 ‘3급 태권도지도자연수 교본’ 태권도 역사에 따르면 ‘금강역사상의 주먹모양은 현재 태권도의 바른 주먹과 매우 유사하고, 그 밑의 손 모양 역시 현재 태권도의 편 주먹과 매우 흡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태권도 금강 품새가 마치 불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태권도협회가 1971년 발간한 ‘태권도’ 창간호를 보면 ‘고구려 무용총 벽화는 오늘날 태권도의 형과 너무 흡사하게 두 사람이 겨루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바로 고구려 시대에 이미 태권도가 널리 보급되었음은 물론…’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는 금강역사상을 태권도와 연관시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원래 금강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쇠 금(金)’과 ‘굳셀 강(剛)’자가 결합한 단어이다. 국어사전에는 금강에 대해 ‘매우 단단하여 결코 파괴되지 않음. 또는 그러한 물건’, 불교용어로는 ‘대일여래(大日如來)의 지덕이 견고하여 일체의 번뇌(煩惱)를 깨뜨릴 수 있음을 표현(表現)한 말’이라고 설명한다. 통상적으로 금강이 들어간 단어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 ‘금강산’과 불교 성전 ‘금강경’ 등이 있다.

태권도에서 금강 품새는 수련하는 과정에서 유품자 및 유단자가 되면 배운다. 국기원 교본에 의하면 금강은 한반도의 정기가 모인 영산인 금강산과 부처의 호법 신장(神將) 중 무술이 가장 세다는 금강역사의 용맹하고 강함 요소를 어울려 품새를 만들었다고 한다.

태권도계는 태권도의 고유성과 전통성을 강조하며 민족중심주의 토대하에 금강 품새를 고구려 무용총 벽화와 통일신라 금강역사상을 태권도와 결부시켰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해 7월 태권도 매체 ‘무카스’는 ‘금강역사상은 불교유산, 태권도와 관련없다’는 칼럼에서 금강 품새와 금강역사상은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 칼럼은 ‘불교 유산인 금강역사의 자세와 동작을 1960년대 후반 태권도 동작과 품새에 이입(移入)·이식(移植)해 놓고, 마치 정설인 듯 태권도와 결부시키는 오류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강역사상들은 전 세계의 절들에 세워져 있다. 대체로 금강 품새와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동작이 약간 다를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유형의 동작을 하고 있다. 금강 품새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동작을 금강역사와 연결시킨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적인 토양에서 생긴 태권도를 보편화한 무술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것일지 모른다. 태권도의 기원과 유래 등은 개별화된 관점이 일반화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만큼 앞으로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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