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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사의 스포츠용어 산책 586] 태권도에서 왜 ‘인중(人中)’을 말할까

2021-12-26 08:18

태권도는 공식 대회에서 급소인 인중을 공격하려면 주먹이 아닌 발로 해야 한다. 사진은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한 김소희의 발차기 공격 모습.
태권도는 공식 대회에서 급소인 인중을 공격하려면 주먹이 아닌 발로 해야 한다. 사진은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한 김소희의 발차기 공격 모습.
군대에 가면 총검술을 배운다. 총에다 대검을 끼워서 적을 한 방에 죽이는 기술이다. 총검술은 인중, 목, 가슴 같은 급소를 노려 찌른 뒤 검을 빼낼 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 비틀어 돌린다. 서로 몸으로 치고 받는 육박전에서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예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태권도에서도 인중은 상대를 공격할 때 가격하는 중요한 부위이다. 총검술과 마찬가지로 태권도에서도 인중은 인간의 급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직접 인중 때리기라는 명칭은 없지만 주먹이나 발로 상대방의 인중을 가격하는 동작들이 있다.

원래 인중은 한자어이다. ‘사람 인(人)’과 ‘가운데 중(中)’자가 합쳐진 말이다. 사람의 중심이라는 의미이다. 인중은 코와 윗입술 사이에 움폭 들어간 곳을 일컫는다. 이 부분을 인중이라고 표현한 것은 얼굴에서 코의 끝과 입술 중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 귀, 코 등 좌우가 쌍으로 되어있는 얼굴 부위와 하나로 된 입 사이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원래 급소는 사람의 몸 중에서 신경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본 코너 584회 ‘태권도에서 왜 ‘급소(急所)’라는 말을 쓸까‘ 참조) 가장 예민한 부위로 작은 자극만 받아도 신체의 생리 기능에 큰 장애를 일으킨다 .인중은 얼굴의 급소로 충격을 받으면 안면신경이 마비되고 경련을 일으키며 이가 빠질 수도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예전 임신 후 3개월 과정에 자궁 안에서 태아의 얼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3D로 제작해 소개한 바 있다. 이 영상에서 태아는 눈, 코, 입 부분이 각기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입술 위쪽 부위에서 짜 맞춰지면서 형성되는 모습을 소개했다. 세로로 갈라진 태아의 입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로로 오므라들면서 서로 붙어 입술 모양이 만들어진다. 인중은 입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이다. 만약 입술이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입술이 어긋나는 장애나 미각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코 밑의 인중 모양과 길이가 그 사람의 성격이나 건강 그리고 운명까지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개와 같은 짐승들도 얼굴의 일부로 인중이 있다.

인중은 영어로는 ‘philtrum’이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어로 ‘매력 포인트(love charm)’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말은 구순구개열(口脣口蓋裂)과 관련해서 쓰는 의학용어일뿐 일상 대화에서는 쓰이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태권도를 배울 때 미국인들은 한국어로 인중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 자체를 처음에는 신기하게 여긴다고 한다.

태권도에서 대표적인 얼굴 공격 목표는 인중이다. 태권도 공격 동작인 얼굴지르기는 인중을 지를 때 사용한다. 인중과 일직선상에 주먹을 위치시키고 공격을 하는 방법이다. 공식 태권도 대회에선 얼굴을 손 또는 주먹으로 가격하는 행위는 감점요인이다. 얼굴은 발기술을 이용해 공격해야 한다. 일선 도장에서 겨루기 연습을 하다 주먹이나 발로 인중을 맞아 턱뼈가 부러지거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이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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