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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는 쿠드롱, 눈 가는 촉촉. 15개월 침묵 깨고 세번째 우승 -PBA챔피언십

2021-12-15 01:12

4대천왕 쿠드롱은 세계 당구계를 호령했던 백전노장.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의 대회에서 우승을 밥 먹듯 했다.

세번째 우승 쿠드롱(사진=PBA)
세번째 우승 쿠드롱(사진=PBA)


그런데도 그는 14일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자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그리곤 누군가를 찾더니 눈이 마주치자 바로 달려갔다. 그의 부인이었다. 아내를 꼭 껴안은 쿠드롱의 눈가가 촉촉했다.

우승이 새삼스러울 리 없는 그의 눈물과 춤은 부상 등으로 한동안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쿠드롱은 언제든지 우승 할 수 있는 실력자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늘 우승 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 15개월여간 우승 문턱에도 못 갔다.

쿠드롱은 묘하게도 한가위 때 열린 'TS샴푸 PBA 챔피언십' 대회서만 두 번 우승했다. 그런데 올 해는 놓쳤다.

우승 단골 선수.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존재감이 없었다. 와일드 카드 해커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동네 북처럼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았다.

1, 2차 대회인 블루원과 TS에선 8강에도 들지 못했다. 직전 대회인 휴온스에선 8강에 올랐으나 신정주에게 져 탈락했다.

재야 고수들에게도 툭하면 깨지는 쿠드롱. 4대천왕의 위엄이 사라졌다. 이번에도 중도 탈락하면 망신을 당할 판이었다. 결승에서 져도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쿠드롱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단단히 마음 먹고 대회에 뛰어들었다.

승승장구였다. 그 옛날의 쿠드롱으로 돌아왔다.

16강전에서 직전 대회 우승자 레펜스를 꺾었다. 8강전에서 스페인의 강호 앙기타를 눌렀다. 그리고 4강전에서 2회 우승의 강동궁을 물리쳤다.

모두 한 세트는 내주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강동궁을 4-1로 물리쳤을 때 이미 우승을 예감했다.

기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김영섭을 꺾고 결승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파타는 강동궁의 관록을 따라 갈 수 없다.

1세트를 7연타, 4연타, 3연타 등으로 5이닝만에 끝냈다.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15:4.

2세트는 '원 샷, 올 킬' 이었다. 1이닝은 공타였으나 2이닝에서 15점을 다 쳐 버렸다. 퍼펙트 큐였다. 15:5.

15점, 쿠드롱과 사파타에겐 너무 적은 점수였다. 한 큐에 승부가 넘어가고 넘어오는 점수였다.

3세트는 졌다. 1이닝부터 5연속 이닝 공타였다. 3:15.

4세트는 좀 불안했다. 또 처음부터 5연속 이닝 공타였다. 이 판을 또 지면 2-2가 되면서 어디로 흐를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감을 잊어버린 듯 했으나 잠시 기우였다. 5이닝에서 5연타를 쏘더니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15:11 이었다.

사파타가 기회를 제 발로 찼다. 쿠드롱이 놀고 있던 5이닝 동안 4점밖에 내지 못했다. 그리고 4이닝 공타였다.

5세트는 만만찮았다. 사파타가 첫 이닝에서 8연타를 터뜨렸다. 벼랑 끝에 몰린 사파타는 한 타, 한 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쿠드롱이 4점, 2점을 치며 추격전에 들어갔다. 지고 있어도 쿠드롱이 이 세트에서 경기를 끝낼 것으로 보였다.

사파타가 8연타 후 헤맸다. 2이닝 공타 후 1점을 쳤지만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격'이 되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4이닝에서 1득점 후 친 공이 목적구 바로 앞에서 섰다. 완벽한 뱅크 샷 기회. 쿠드롱이 뱅크 샷을 넣으며 4연타를 쏘았다.

사파타가 6이닝에서 4연타를 쳤다. 13:10으로 앞섰다. 그런데 가볍게 원 뱅크 넣어치기를 할 수 있는 공을 넘겨주었다.

절대 놓칠 리 없는 쿠드롱이었다. 3연타로 13:13,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8이닝 사파타가 아깝게 실패했다. 놓인 공을 보면서 사파타를 응원하던 서한솔이 관중석에서 울고 있었다.

자기가 쳐도 넣을 수 있는 공. 이제 졌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흘렀을 터.

1점, 그리고 또 1점. 편안한 뒤 돌리기로 챔피언 포인트를 얻은 쿠드롱은 큐를 든 두 팔을 치켜 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승은 하고 또 해도 즐거운 것. 오랜 공백과 부상을 딛고 다시 정상에 선 쿠드롱. 그래서 그는 춤을 추었고 눈물을 흘렸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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