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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21 KBO 리그]⑤투수의 보직 변경, 변신 뒤에 따라오는 성적은?

2021-12-02 09:31

11월 1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팀의 토종 에이스인 고영표의 깜짝 불펜행을 선언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깜짝 불펜으로 변신한 고영표[사진 kt 위즈]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깜짝 불펜으로 변신한 고영표[사진 kt 위즈]
"선발투수가 5이닝 정도를 막아주면 6~8회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 때 고영표를 활용할 생각이다"며 투수 운용 복안을 밝힌 것.

고영표는 올해 사회복무요원에서 복귀해 26경기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쓰면서 kt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일등 공신 가운데 한명이다. 올시즌 고영표는 시즌 마지막 경기인 SSG전에 단 한차례 불펜으로 나섰을 뿐이다. 나머지 25경기가 모두 선발이었다.

더구나 탈삼진(225개)과 평균자책점(2.33)에서 투수 2관왕의 아리엘 미란다(두산), 최다이닝(188⅔)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와 함께 올시즌 퀄리티스타트 21회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런 고영표의 불펜 기용은 그야말로 변칙 작전의 끝판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선발투수 뒤에 토종 에이스가 등판하니 든든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고영표는 2차전부터 4차전까지 3경기에 연속으로 불펜으로 나서 2홀드 평균자책점 3.86(4⅔이닝 2자책)의 호투를 펼쳐 통합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이 덕분에 고영표의 불펜 전환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영표는 한국시리즈라는 단기전에 대비한 변칙작전이었지만 정규시즌에도 나름 KBO 리그의 대표적인 투수들의 보직 변경이 잇달은 것도 올시즌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입단 3년만에 17승을 올리며 영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영하는 지난 2년 동안 선발-마무리-필승조를 오가면서 잇단 보직 변경을 했다.[사진 두산 베어스]
프로입단 3년만에 17승을 올리며 영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영하는 지난 2년 동안 선발-마무리-필승조를 오가면서 잇단 보직 변경을 했다.[사진 두산 베어스]
대표적인 투수가 이영하(두산)다.

프로데뷔 3년차인 2019년 17승을 올리며 기적적인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이영하는 지난해 선발→마무리에서 올해 선발→불펜으로 보직을 잇달아 보직을 바꾼 케이스다.

이영하는 지난해 선발 19경기에서 3승8패로 부진을 겪자 마무리로 변신했고 그리고 올해도 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로 나섰으나 역시나 제 자리를 찾지 못하자 후반기부터는 아예 마무리도 아닌 필승조의 구원(때로는 마무리도 겸함)으로 나선 것이다.

결국 이영하의 변신은 성공작이었다. 선발 11경기 1승5패, 평균자책점 9.80(45이닝 49자책점)에서 불펜 전환 뒤 24경기 4승1패1세이브2홀드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1.60(33⅔이닝 6자책점)으로 두산이 막판 순위 싸움에서 4위에 오르는데 큰 힘이 됐다.

특히 이영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빛났다. 비록 kt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구원 실패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키움과의 와일드카드결정전 2경기 1승, LG와의 준플레이오프전 2경기 1승1홀드,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전 1승으로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영하의 이런 보직 변경에 따라 두산은 주로 불펜전문으로 나섰던 김강률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나서 21세이브를 올렸다. 이 또한 두산으로서는 투수 보직 변경에 따른 성공케이스로 봐야 할 것 같다.

마무리에서 중반 이후 불펜으로 전환한 조상우는 시즌 종료와 함께 군 입대로 공백기를 갖는다.[사진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에서 중반 이후 불펜으로 전환한 조상우는 시즌 종료와 함께 군 입대로 공백기를 갖는다.[사진 키움 히어로즈]
KBO 리그의 대표적인 마무리였던 조상우(키움) 원종현(NC)도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불펜으로 전환했다.

2019시즌 20세이브, 2021시즌 33세이브를 올렸던 조상우는 8월까지 여전히 마무리 전담이었으나 9월에 들면서 김태훈과 임무를 맞바꾸어 필승조 불펜으로 변신했다. 그럼에도 조상우는 두산과의 와일드카드결정 1차전에서 마무리로 나서 43구를 던지며 승리를 챙기는 1인2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한현희 안우진이 코로나19 방역 위반으로 출장정지 징계를 당함에 따라 전반적인 투수진 운용 변화가 불가피해진데다 시즌이 끝난 뒤 조상우의 현역 입대가 예정되어 있는 탓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여겨진다.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올렸던 원종현은 뒤늦게 이용찬이 합류하면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사진 NC 다이노스]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올렸던 원종현은 뒤늦게 이용찬이 합류하면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사진 NC 다이노스]
원종현은 지난해 시즌 초반 두산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을 한 이용찬이 FA가 돼 뒤늦게 5월에 NC와 계약을 맺어 입단하면서 서로 보직을 맞바꾼 케이스다.

선발요원이었던 이용찬은 NC로 옮기면서 처음에는 원종현에게 마무리 바톤을 넘겨주는 필승조 불펜으로 나섰다. 그러다가 9경기째인 8월 19일 SSG전부터 마무리로 나서고 대신 원종현은 필승조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올렸던 원종현은 올해 마무리로 33경기에서 1승1패14세이브를 올린 뒤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어 28경기에서 1승1패 6홀드를 기록했다.

이밖에 FA로 키움과 계약을 한 뒤 곧바로 SSG로 트레이드된 김상수도 시즌 초반 마무리를 했으나 6월부터는 불펜으로 돌아섰다.

투수들의 보직 변경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름대로 이런저런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투수 보직 변경은 때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성공을 전제로 하는 보직변경이기 때문이다.

2022시즌에는 또 어떤 투수들이 보직변경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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