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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21 KBO 리그]③국내타자, 외국인타자 압도하며 3년만에 전 부문 타이틀홀더…4개부문 MZ 석권, 세대 교체 부추겨

2021-11-30 09:33

29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두베홀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는 올시즌 타격 부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수상자들 사이에서 화기애애한 맞대응 인터뷰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2021시즌 KBO 리그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타이틀홀더인 타격왕 이정후(왼쪽), 홈런왕 최정(가운데), 득점왕 구자욱[사진 연합뉴스]
2021시즌 KBO 리그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타이틀홀더인 타격왕 이정후(왼쪽), 홈런왕 최정(가운데), 득점왕 구자욱[사진 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아버지 이종범(전 해태)에 이어 아들로 타격 1위에 오른 이정후(키움)는 "내년에 홈런왕에 도전하겠다"고 도발(?)하자 이에 맞서 홈런 1위 최정(SSG)은 "내년 시즌도 더 좋은 성적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내년에는 타격왕을 하겠다"고 응수했다.

또 득점상을 수상한 구자욱(삼성)은 이정후의 '홈런왕', 최정의 '타격왕' 선언에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두 분 모두 긴장하셨으면 좋겠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모습은 올시즌 타격 부문에서 국내타자들이 외국인타자들을 압도한 덕분이다.

올시즌 타격에서는 국내타자들이 8개의 공식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양의지(NC)가 2년만에 장타율 1위를 되찾고 사상 첫 타점 1위까지 올라 2관왕에 등극한 것을 비롯해 전준우(롯데)가 3년만에 최다안타 1위에 복귀했으며 최정은 통산 3번째 홈런킹에 올랐다.

도루 1위 김혜성(왼쪽)과 출루 1위 홍창기는 이정후, 구자욱과 함께 MZ 세대로 사상 첫 개인타이틀홀더가 됐다.[연합뉴스]
도루 1위 김혜성(왼쪽)과 출루 1위 홍창기는 이정후, 구자욱과 함께 MZ 세대로 사상 첫 개인타이틀홀더가 됐다.[연합뉴스]
소위 이들이 KBO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들이라면 나머지 타격 4개 타이틀의 주인공들인 이정후 구자욱을 비롯해 도루 김혜성(키움), 출루율 홍창기(LG)는 모두 첫 개인타이틀홀더이자 소위 MZ 세대들이다.

비록 개인타이틀 홀더 대열에서는 빠졌지만 통합우승이라는 더 큰 영광을 안은 강백호(kt)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전반기까지 꾸준하게 4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타격 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던 강백호는 도쿄올림픽의 후유증으로 후반기 부진으로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앞으로 이정후와 함께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라는데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베테랑과 이제 KBO 리그에 적응한 MZ 세대들이 반반씩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서서히 세대 교체가 이루어 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국내 타자들이 외국인타자들을 완전히 제치고 타이틀홀더가 된 것은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2019시즌에는 제리 샌즈(전 키움)가 타점, 호세 페르난데스(두산)가 최다안타를, 그리고 2020시즌에는 멜 로하스 주니어(kt)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4관왕에다 페르난데스가 최다안타을 움켜쥐면서 8개 타이틀 가운데 5개를 외국인타자가 차지했었다.

올시즌 외국인타자는 모두 10명 가운데 4명이 새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새 얼굴 가운데 호세 피렐라(삼성)만이 살아 남았고 나머지 3명은 모두 중도에 교체됐으며 심지어 지난해 홈런 2위에 오르며 LG 구단 사상 첫 홈런 신기록을 세운 로베르토 라모스도 중도에 방출되었다.

그리고 대체 외국인타자들의 활약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윌 크레익(키움), 에르난 페레즈(한화)는 물론이고 심지어 라모스급은 되리라고 예상했던 저스틴 보어(LG)는 아예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kt-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쐐기 2점홈런을 날린 호잉이 환호하고 있다.[자료사진]
kt-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쐐기 2점홈런을 날린 호잉이 환호하고 있다.[자료사진]
오히려 kt는 한화에서 3시즌을 뛰고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제라드 호잉을 대체외국인 타자로 영입해 큰 효과를 보았다. kt는 일반적으로 외국인타자에게 기대하는 장타력보다 안정된 외야수비와 베이스러닝, 그리고 팀에 화합하는 모습을 더 중시해 이미 검증된 호잉을 발탁한 것. 호잉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쐐기 2점 홈런을 날리면서 kt의 사상 첫 통합우승의 한 축이 되기도 했다.

반면 올시즌 제대로 활약을 한 외국인타자는 6년 만에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호세 피렐라와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애런 알테어(NC), 2년 연속 안타왕에 올랐던 페르난데스 정도에 그쳤다.

2022시즌에도 국내타자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처음으로 KBO 리그에 입성하는 외국인타자의 계약금은 총액 100만달러로 묶여 있늗데다 2년 연속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해외에서 수준급 타자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2시즌에는 국내타자들과 외국인타자들 사이에 어떤 모습이 그려질 지, 그리고 이정후 강백호를 중심으로 한 신세대 타자들과 베테랑 타자들은 어떤 조화를 이룰 지 사뭇 궁금하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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