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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공, 더 두드려 봤어야” 준우승 조재호의 아쉬움-휴온스 챔피언십

2021-11-24 12:58

결승 1세트 1이닝 말. 조재호의 연타가 터졌다. 투 쿠션 뱅크 샷을 성공하며 9연타를 터뜨렸다. 다음 공은 뒤 돌리기 대회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얇게 맞추는 바람에 길게 늘어졌다. 두께를 한 번 더 생각해 봤더라면...

내 우승컵은 아니지만.... 우승자 레펜스(오른쪽)와 준우승자 조재호(사진제공=PBA)
내 우승컵은 아니지만.... 우승자 레펜스(오른쪽)와 준우승자 조재호(사진제공=PBA)

9:1. 그래도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레펜스에게 넘긴 공이 문제였다. 평범한 뒤돌리기에 포지션 플레이가 가능했다. 레펜스가 11연타를 쏘며 1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 레펜스가 3이닝 연속 공타를 날렸다. 7이닝, 조재호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2연타 후 동점으로 따라 갈 수 있는 세 번째 공. 단순한 뒤돌리기였다.

조재호가 바로 자세를 취하고 샷을 날렸다. 그러나 3큐션 지점에서 쫑이 나면서 내 공이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다.


조재호가 당구 대를 손바닥으로 치며 아쉬워했다. 방송 해설자도 ‘너무 성급했다’며 장탄식했다.

4세트. 조재호의 뱅크 샷. 두 목적구가 나란히 붙었다. ‘그저 먹기’였는데 1개의 공만 맞췄다. 4연타를 친 3이닝 다섯 번째 공은 0.1mm가 모자라 점수가 되지 않았다. .

스스로 흐름을 끊었지만 실수도 스코어고 후르크도 스코어다. 당구가 원래 그렇다. 하지만 놓쳐선 안되 는 공을 실수하면 대부분 게임을 넘겨주게 된다.


23일 조재호의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 무대가 그런 모습이었다. 결승 무대가 처음인 지천명의 레펜스는 섬세하고 정교했지만 조재호는 더러 맞추라고 ‘길 위에 서 있는 공’도 놓쳤다.

지고 나면 누구나 사소한 실수와 조금의 불운을 탓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둘 다 실력이다. 탓만 하면 실력은 늘지 않는다.

“1 세트 9연타 후 10점 때 두께가 얇았다. 실수였다. 세트 스코어 2-1 승부처에서 뒤돌리기를 실패했다. 더 큰 실수였다. 쉬운 공일수록 더 두드려 봐야 하는 건데..”

평소 기량상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작은 실수가 큰 결과가 되었다. 아쉬워는 했지만 조재호는 탓만을 하지는 않았다.

“더욱 집중했어야 했다. 1세트를 잡았으면 쉽게 이겼을 거다. 하지만 실수도 실력이다. 첫 경기부터 다시 보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레펜스의 우승 순간, 엄지를 치켜 세우며 축하해준 ‘멋있는 패자’ 조재호. 실수를 거울 삼아 공부를 더해 다음 대회(크라운해태 챔피언십)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월드컵 챔피언 조재호. 프로 적응이 쉽지 않았다. 첫 판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프로 데뷔 후 여섯 번째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다.

4명이 싸워 2명이 다음 단계에 오르는 서바이벌 경기에서 128강 탈락의 굴욕을 겪었다. 그것도 두 차례나. 최고가 8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에게 8강 탈락의 수모를 안겼던 사파타를 4강에서 제압했다. 사실 사파타가 레펜스 보다 더 강한 편이어서 결승에 오를 때 반쯤 우승을 생각했다. 그래서 우승 하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껏 8강이 최고였다. 그 단계를 뛰어 넘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8강이 아니라 결승 무대에 까지 올랐다.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기분이 괜찮다.”

당구는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는 게임성 스포츠다. 과정도 그렇고 결과 역시 일관되지 않다. 그게 당구의 특징이고 묘미이다. 그래서 월드클래스의 조재호지만 ‘무조건 우승’이라고 큰 소리 치지 않는다. 소박하고 인간적인 멋이 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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