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53] 배구에서 왜 롤링(Rolling)이 필요할까

2021-11-14 08:34

배구에서 몸을 한 바퀴 도는 롤링은 수비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올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 엘리자벳이 롤링으로 디그를 시도하는 모습.[연합뉴스]
배구에서 몸을 한 바퀴 도는 롤링은 수비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올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흥국생명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 엘리자벳이 롤링으로 디그를 시도하는 모습.[연합뉴스]
학창시절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영어 속담을 배웠다. 돌이 계속 구르면 이끼가 낄 틈이 없듯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침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는 뜻이다. 상반된 뜻의 우리 말 속담으로는 ‘고인 물에 이끼가 낀다’가 있다. 그만큼 일생 생활에서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들이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rolling’은 구르다라는 동사 ‘roll’의 현재분사형이다. 원래 ‘roll’은 라틴어 ‘rotula’에서 유래했으며, 고대 프랑스어 ‘roller’을 거쳐 중세 영어 ‘rollen’에서 변환했다. ‘rolling’는 14세기경 현재분사형으로 굴리거나 돈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스포츠에서도 롤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몸을 사용하는 동작이 많은 스포츠에서 몸을 굴리거나 돌리는 상황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댄스스포츠에서 롤링은 원을 그리듯이 발을 돌리는 동작을 말한다. 농구에서 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픽앤롤이라는 전술이 있다. 스크린을 걸고 림으로 돌진하는 빅맨, 즉 롤맨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스크린플레이다. (본 코너 408회 ‘왜 픽앤롤(Pick and Roll)이라 말할까’ 참조)

배구에서 롤링은 중요한 수비기술로 필요에 따라 몸을 굴리면서 볼을 걷어내는 것을 말한다. 배구에서 다이빙 캐치를 하려면 롤링과 슬라이딩을 잘 해야한다. (본 코너 552회 ‘왜 다이빙(Diving)이라 말할까’ 참조) 슬라이딩은 미끄러지면서 수비를 하는 것을 말하며 롤링은 머리가 코트 바닥에 닿으면서 도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슬라이딩보다 롤링이 훨씬 하기가 어렵다.

경기 중 롤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공이 바로 앞에 떨어져 안정된 언더핸드자세로 받기 어려울 때 불안정한 동작으로 몸을 날려 공을 처리하면 몸이 한 바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또 옆으로 날아오는 공을 받아내기 위해 몸을 날리는 경우에도 롤링을 해야할 상황이 생긴다. 상대 서브나 공격이 어떤 방향으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배구를 좀 더 잘 하기 위해선 롤링은 슬라이딩과 함께 기본적으로 필요한 수비기술이다.

배구를 처음 배울 때 돌면서 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부상을 당하는 수도 있다. 몸이 유연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몸이 위축되고 긴장하면 부상의 위험이 높다. 하지만 훈련을 많이 쌓으면 뒹구를 때 힘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낙법이 이루어지며 능수능란하게 롤링을 할 수 있다.

배구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키가 크기 때문에 롤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2m 안팎의 장신 선수들이 몸을 날려 롤링을 하며 공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평소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으면 큰 몸을 물찬 제비처럼 날려 회전까지 가능했을까 싶다.

롤링에 가장 능한 포지션은 아무래도 수비전문 리베로를 꼽을 수 있다. 공격수들에 비해 키가 작은 리베로는 후위에서 기본적으로 롤링과 슬라이딩을 불사하며 웬만한 공을 다 처리하는 것을 보게 된다. 리베로는 어렵게 받아낸 볼을 세터 입맞에 맞게 패스해 공격 성공률을 높이게 한다.

비록 수비에서 기본적인 기술이지만 롤링은 선수들이 잘 하기만 하면 승패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몸을 잘 굴리는 선수가 많을수록 승리의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올 수 밖에 없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