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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4] 크로스는 일본식 영어, 정확한 표현은 크로스 코트 샷(Cross Court Shot)이다

2021-11-05 11:20

대각으로 스파이크를 넣는 크로스는 상대 블로킹을 와해시키기 위한 공격으로 많이 활용한다. 사진은 국내 프로경기 남자부 경기에서 크로스 공격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각으로 스파이크를 넣는 크로스는 상대 블로킹을 와해시키기 위한 공격으로 많이 활용한다. 사진은 국내 프로경기 남자부 경기에서 크로스 공격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감독들이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릴 때 “크로스(Cross)”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는 때가 있다. 코트에서 대각으로 스파이크를 하라는 의미이다. 왼쪽 공격수는 상대 왼쪽 리시버가 있는 곳으로, 오른쪽 공격수는 상대 오른쪽 리비서가 있는 곳으로 스파이크를 때리는 것이다.

크로스는 원래 일본식 영어이다. 크로스는 선을 넘는다는 라인크로스(Line Cross)와 함께 오래전부터 잘못 사용하고 있다. 정확한 표현은 크로스 코트 샷(Cross Court Shot)이다. 코트를 가로지르는 샷이라는 의미인 세 단어로 된 용어를 맨 앞 단어만을 써서 일반적으로 크로스라고 말을 하게 됐다. 하지만 크로스라는 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영어권 국가에선 크로스라는 말을 쓰지 않고 크로스 코트 샷이라는 말을 써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 배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내 배구는 1960년대부터 크로스라는 말을 사용해왔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건너다라는 의미의 동사형 ‘Cross’는 14세기 프랑스어 ‘Croiser’가 영어로 넘어와 현재의 뜻으로 쓰이게 됐다. 이 말의 기원은 십자가를 의미하는 라틴어 ‘Crux’에서 시작됐다. 크로스는 배구만의 용어는 아니다. 축구에서 크로스는 옆으로 가로지르는 패스를 말한다. 예전에는 일본식 영어로 센터링이라고 말했는데 현재는 이 말은 쓰지 않고 크로스가 센터링을 대신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농구에서 크로스오버라는 말을 사용한다. 크로스오버는 V자로 방향전환하는 드리블을 뜻한다.

배구에서 스파이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한다. 상대 블로커와 대치한 스파이커가 사이드라인에 평행하게 스파이크를 치는 ‘스트레이트(Straight)’와 대각선으로 치는 ‘크로스’이다. 크로스는 힘을 얹기 쉽기 때문에 스트레이트에 비해 강타로 연결되는 것이 많다.

크로스는 상대 리시버가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빈 곳을 골라 때리면 결정률이 높다. 특히 코스의 폭이 넓고 거리가 길어 스트레이트에 비해 공격하는 선수도 그만큼 유리한 상황에서 스파이크를 때릴 수 있다. 크로스를 잘 치려면 기본적으로 발을 밟을 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바깥쪽 다리를 축으로 해 점프를 높게 하면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강력한 스윙으로 강타를 날릴 수 있다.

하지만 크로스는 상대 센터 블록에 셧아웃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블록 사이를 잘 피하거나 블록 위를 통과시켜야 성공을 할 수 있다. 블록을 잘 요리해 스파이크를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크로스 공격을 자주 허용하면 당하는 팀 선수들은 사기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힘있는 공격이 수비 진용에 혼란을 일으켜 팀플레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크로스는 기술적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선수들이 주로 많이 구사하지만 파워가 넘친 젊은 선수들도 이따금 대범하게 크로스 공격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한국대표팀이 4강에 오르기 까지 에이스 김연경이 왼쪽에서 상대 진영 왼쪽으로 강력한 크로스 공격을 많이 성공시켰다. 김연경은 고비 때마다 스트레이트 보다 크로스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며 빈 공간에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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