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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3] 로테이션(Rotation)은 왜 시계방향으로만 돌까

2021-11-04 05:33

배구는 선수들이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리를 바꾸는 로테이션을 운용한다. 사진은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서브를 넣는 김연경 모습.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는 선수들이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리를 바꾸는 로테이션을 운용한다. 사진은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서브를 넣는 김연경 모습.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가 다른 종목과 가장 차별화되는게 로테이션(Rotation)이다. 배구 경기는 한 팀당 6명으로 구성되는데 선수들이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선수들이 시계방향으로 돌며 자리를 바꾼다. 야구, 축구, 농구 등 이른바 다른 인기 구기종목들은 모두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을 유지하는게 기본이지만 배구는 이들 종목과 다르게 로테이션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본 코너 486회 ‘배구에서 서브 로테이션(Serve Rotation)을 하는 이유’ 참조)

원래 서브 로테이션은 ‘배구의 아버지’ 미국의 윌리엄 모건이 1895년 배구를 창안할 때부터 있었다. 모건이 발표한 최초 규칙 10개조에 보면 서브 로테이션 규칙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초창기 배구는 한 경기를 9이닝으로 하고 1이닝에 3번의 서브를 하도록 정했다. 서브하는 선수는 자기 팀으로 넘어온 볼을 받는데 실패할 때까지 계속할 수 있었다. 3명이상이 한 팀으로 경기를 할 경우 서브 순서는 서로 돌아가면서 하도록 했다. (본 코너 466회 '서브(Serve)는 본래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참조) 배구에서 서브 로테이션이 규칙화 된 것은 1912년부터였다고 한다.

로테이션을 시계방향으로 하는 것은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보통 선수들은 엔드라인 왼쪽보다는 오른쪽에서 서브를 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오른쪽 부분을 즐겨 쓰는 신체구조상 서브를 오른쪽에서 할 때 더 성공하기 쉽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구처럼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갖는 테니스도 배구와 비슷하게 오른쪽에서 서브를 많이 한다. 서브 수비를 할 때 포핸드를 잘 하는 선수는 포사이드(Fore-side)를, 백핸드를 잘 하는 선수는 백사이드(Backside)를 지키는 경향이 있는데 대개 포사이드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오른손잡이 선수가 포사이드쪽으로 보내는 서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배구는 우측 후방 엔드라인에 서브를 잡는 경향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엔드라인 뒤쪽 우측 사이드 라인안에서 3m 이내 지점’이라는 서브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코트 오른쪽 후방에서 서브를 넣게 되면서 후위로 돌아오는 선수가 그대로 서브 위치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그의 동선은 시계방향으로 로테이션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배구 서브 로테이션으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원래 야구 경기나 육상 트랙종목에서 주자들은 반시계방향으로 돌도록 규정하고 있다.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1845년 야구를 처음으로 발명했을 때 이미 다이아몬드에서 주자들의 반시계주류법을 정했다고 한다. 육상 트랙은 한 때 시계방향과 그 역방향도 모두 존재했으며 대회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1904년 제3회 세인트루이스대회까지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국제육상경기연맹이 1913년 ‘트랙 경기는 반시계방향으로 달린다’라는 규칙을 제정했다.

야구와 육상이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은 역시 오른손잡이가 인간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곡선주로에서 밖으로 밀리지 않기위해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고 바깥 발에 힘을 줘 버텨야 하는데, 오른손잡이에겐 오른발을 바깥에 두는게 편안하다는 것이다. 실제 같은 거리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보다 시계반대방향으로 도는게 더 빠르다는게 연구 조사에서 밝혀졌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도는 이유로 심장이 있는 왼쪽으로 몸의 무게 중심이 쏠려서 왼쪽, 즉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게 편하다는 ‘심장설’, 지구의 자전방향과 같은 족으로 돌아야 기록이 좋다는 ‘지구 자전설’, 반시계 방향으로 꼬여있는 ‘귀 달팽이관설’ 등이 있지만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배구는 몸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지만 고정된 위치에서도 서브를 할 때 오른손잡이가 유리하려면 오른쪽 사이드에서 하는게 좋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배구 선수들은 시계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기록상 서브를 시도하는 순서는 확실하게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은 시계방향으로 가지만 정작 서브 순서는 반시계방향으로 가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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