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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39] 배구 용어에서 부부 플레이(Husband-and-Wife Play)는 어떤 뜻일까

2021-10-31 07:59

배구 경기에서 빈 공간에 떨어지는 공을 선수들이 서로 멀뚱히 지켜보며 실점을 허용하는 것을 영어로 'Husband and Wife Play(부부플레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국내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에서 선수 사이에 떨어진 공을 처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 경기에서 빈 공간에 떨어지는 공을 선수들이 서로 멀뚱히 지켜보며 실점을 허용하는 것을 영어로 'Husband and Wife Play(부부플레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국내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에서 선수 사이에 떨어진 공을 처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있다. 남편이 노래하면 아내가 따라 한다는 고사성어이다. 남편이 어떤 일을 하고 나서면 아내는 그 일을 도와가며 서로 협동하고 화합하는 부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부부가 서로 화합하며 사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한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배구영어 용어 가운데 부부플레이(Husband-and-wife Play)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그런 경우이다. 단어 자체를 보면 부부처럼 금슬이 좋은 플레이를 뜻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은 배구에서 협력에 실패한 두 선수 사이에 공이 떨어졌을 때 사용한다. 서로 공을 잡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도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나오면 상대팀에게 점수를 내주고 심한 경우 두 선수 사이에 심각한 불화가 생겨 팀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부부플레이는 부부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아 혼란이 일어나고 서로 협동을 하지 않는 부부를 농담삼아 만든 속어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부처럼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부부생활은 불가능하다. 배구에서도 선수들이 수시로 의사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손발이 안맞는 부부관계처럼 된다는 의미이다.

영어 용어사전에 따르면 ‘Husband-and-Wife’는 11세기 노르만 정복으로 노르만족이 잉글랜드 지배계층이 되면서 노르만족 남성들은 앵글로색슨 여성들을 부인으로 받아들였던 데서 유래했다. ‘Husband’는 원래 노르만어로 집을 의미하는 ‘hus(house)’와 거주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bondi’가 합쳐진 말에서 나왔다. ‘Wife’는 영국 앵글로 색슨어로 부인을 뜻하는 ‘Wif(Wife)’에서 차용한 말이다. 당시는 노르만족 위주의 남성지배 사회를 반영해 남편이라는 말이 부인 앞에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설을 할 때 여성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기 위해 많이 쓰는 ‘신사와 숙녀(Lady and Gentleman)’와는 대조적인 표현이다.

배구에서 부부플레이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상호의존적일 때나 소통이 부족할 때 많이 일어난다. 예를들어 두 선수 사이로 상대가 공격한 공이 날아오는데 서로 공을 받아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가 먼저 잡겠거니 하고 믿고 있다가 모두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또 사전에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이 아닌 중립지역에 떨어질 때의 볼처리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협의를 하지 않을 때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나오면 감독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해서는 안될 범실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부부플레이에 대한 대체말로 사용하는 개념어는 없다.

문용관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은 “부부플레이라는 말이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와 비슷한 말을 만들어 쓰지는 않고 있다”며 “영어 표현은 아주 재미있는 말이다. 서로 양보하라는 의미로 이런 말을 만들어 쓰는 것으로 보인다. 부부플레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해당 선수들에게 ‘양보하지 마’ 정도의 말을 한다”고 밝혔다.

부부플레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선 선수들간 소통과 화합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훈련이나 연습을 할 때 선수들이 활발히 소통을 이루고 서로 볼을 잡고 공간활용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숙달해야 한다.


부부는 오랫동안 사랑과 믿음을 이루고 살기 위해선 희생의 정신과 애정이 필요하다. 배구 부부플레이는 어떻게 보면 선수들이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자세로 서로를 보다듬을 것을 부부 관계에 빚대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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