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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36] 왜 셧아웃(Shutout)이라 말할까

2021-10-27 07:11

V-리그 남자부 최약체로 평가 받는 삼성화재가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 셧아웃으로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사진은 환호하는 삼성화재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V-리그 남자부 최약체로 평가 받는 삼성화재가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 셧아웃으로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사진은 환호하는 삼성화재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22일 2021~2022 V-리그 남자부경기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는 삼성화재가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대한항공을 3-0으로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국내 언론들은 이날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셧아웃 시켰다고 보도했다.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길 때를 ‘셧아웃(Shutout)’ 이라 말한다.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고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는 의미이다. 또 경기 중에 스파이커가 공격을 할 때 블로킹으로 막아서 아웃이 안되고 상대방 코트로 바로 떨어뜨리는 것도 셧아웃이라고 말한다.

셧아웃이라는 단어는 닫다라는 의미인 동사 ‘Shut’와 밖을 의미하는 부사 ‘Out’이 결합한 말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셧아웃은 원래 14세기 거부하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스포츠에서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종목은 경마였다. 늦게 경마경기장 도착해 창가에 앉아 배팅을 하는 것을 셧아웃이라는 말로 사용했다. 1880년대부터 이 말은 야구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상대팀이 점수를 얻는 것을 막는 의미로 사용했는데, 특히 투수가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로 많이 썼다. 일본야구에서는 셧아웃을 완봉(完封)이라는 한자어로 번역해 사용했으며 한국야구에서 이를 그대로 차용했다. 완봉이라는 단어는 완전할 ‘완(完)’과 봉할 ‘봉(封)’의 합성어로 완전히 막는다는 뜻이다. 완봉승은 투수가 야수의 수비실책으로 인한 비자책 실점을 포함하여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경우를 말한다.

미식축구와 아이스하키에서도 셧아웃이라는 말을 쓴다. 미식축구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는 경기는 드물지만 예외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미식축구에서 상대를 무득점으로 유지하려면 팀 수비가 지속적으로 상대 패스와 런 공격을 모두 차단해야 한다. 아이스하키서는 골키퍼가 성공적으로 골문을 지켜 단 한골도 내주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셧아웃 기록은 개별 통계기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축구에선 셧아웃을 대신하는 말로 클린시트(Clean Sheet)라는 용어를 쓴다. 깨끗한 종이라는 말인 클린시트는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경기를 의미한다. 축구는 양팀 모두 득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용어의 기원은 스포츠 기자들이 경기의 다양한 통계적 세부사항을 기록하기 위해 별도의 종이를 사용했다는데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팀이 골을 허용하지 않으면 해당 팀 정보가 공백으로 표시된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배구에서 셧아웃 승리를 했다는 것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이겼다는 것을 뜻한다. 배구경기에서 먼저 3세트를 따내 승리하려면 공격과 수비 등 전반적인 전력에서 월등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본 코너 483회 ‘배구에선 왜 게임(Game)이 아닌 세트(Set)라고 말할까’ 참조) 한쪽 팀 전력이 크게 뒤질 때 셧아웃되는 경기가 많이 나온다. 전력이 비슷한 팀끼리 경기를 가지면 서로 세트를 잃으며 5세트까지가는 풀세트 경기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경기 중에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 상대 코트 안으로 떨어뜨리게 할 때도 셧아웃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셧아웃을 당하는 공격수들은 사기가 크게 떨어지는 반면 성공한 블로커들은 기운을 크게 얻는다. (본 코너 473회 ‘왜 블로킹(Blocking)이라 말할까’ 참조) 보통 블로킹은 일단 상대 공격을 일차적으로 저지하는게 일차적인 목적이다. 블로킹으로 일단 차단해 자기편으로 떨어진 볼을 디그로 처리하고 세트-공격으로 이어지게 한다. 하지만 블로킹이 탁월한 블로커들은 큰 키를 앞세워 상대 공격 패턴을 간파하고 결정적으로 막아내 블로킹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키가 작은 세터도 타이밍을 잘 이용하면 단독으로 블로킹 득점을 낚는 일도 있다. 볼이 블로커들의 팔이나 손에 맞고 상대 코트에 떨어지면 블로킹 득점으로 인정한다. 블로킹 셧아웃은 1인이 블로킹 커버를 할 때보다 2인이 블로킹 커버를 할 때 많이 일어난다. 상대 공격수가 2명이 뜬 상대 블로킹 사이를 피해 강타를 때리려다가 블로커 손에 맞고 자기 코트로 볼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여러차례 블로킹으로 셧아웃당하고 경기 자체도 세트 스코어 3-0으로 셧아웃 당하는 경우가 당하는 팀 입장에선 가장 참담한 패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긴 팀에서는 가장 일방적인 승리를 한 경기일 수 있다. 셧아웃이라는 단어 자체는 관점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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