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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83] 배구에선 왜 게임(Game)이 아닌 세트(Set)라고 말할까

2021-09-02 07:33

2020도쿄올림픽에서 '에이스' 김연경 등 한국여자배구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도코=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에서 '에이스' 김연경 등 한국여자배구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도코=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 점수 체계는 기본적으로 포인트(Point), 세트(Set) 순으로 계산한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미리 정해진 점수로 묶여진 세트를 따내야 한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을 보면 처음 4세트는 25점을 먼저 얻거나 최소 2점차를 앞선 팀이 세트에서 승리한다. 마지막 5세트는 15점을 먼저 내거나 2점차로 앞서면 이길 수 있다. (본 코너 482회 ‘배구에서 포인트(Point)와 스코어(Score)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참조)

배구에서 한 세트는 미리 결정한 점수(25점 또는 15점)를 먼저 따야 가져갈 수 있다. 국제경기나 성인배구에선 3세트를 먼저 가져가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으며 중학교 이하에선 2세트를 먼저 따면 승리할 수 있다.

배구에선 세트를 많이 쓰지만 같은 의미로 게임(Game)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원래 게임이라는 말은 넓은 의미로 규칙을 가진 스포츠를 의미하는데 좁은 의미로는 일정한 점수를 정해서 하는 경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배구에서 게임보다는 세트라는 말을 표준용어로 쓰게 된 것은 아마도 테니스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테니스는 점수 체계가 포인트, 게임, 세트 순으로 계산해 게임과 세트는 적용이 다르다. 테니스에서 한 세트는 6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은 15, 30, 40에 이어 한 포인트를 더 따내면 가져갈 수 있다. 따라서 게임과 세트는 분명히 의미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배구는 테니스와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세트라는 명칭을 선택했을 것으로 본다.

영어어원사전에 따르면 원래 세트는 종교 공동체를 뜻하는 중세 라틴어 ‘Secta’에서 유래됐다. 고대 프랑스어로 순서를 뜻하는 ‘Secte’를 거쳐 영어로 유입됐다. 테니스 게임 등에서 한데 모으는 의미로 1570년대부터 세트라는 말을 썼다. 미국 야구에선 초창기부터 세트라는 말을 투수들의 큰 움직임이 없는 동작을 의미하는 뜻으로 썼다. 세트 포지션(Position)은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 투수가 투수판 위에서 주자를 견제하고 타자에게도 투구를 할 수 있는 자세를 뜻한다. 1895년 출발한 배구에서 세트라는 말은 테니스 등에서 썼던 말을 이어 받아 초창기 때부터 사용했다.

배구에서 세트라는 말은 세터가 공격수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볼을 띄워주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보통 국내 배구서는 토스(Toss)라는 일본식 영어로 쓰는데 정확한 국제 표준용어는 세트가 맞다. (본 코너 455회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 세트(Set)가 정확한 영어 표현이다’ 참조)

국제배구연맹 규칙에 따르면 세트는 반드시 미리 결정된 점수로만 따내는 것은 아니다. 중대한 규칙을 위반할 때, 심판의 결정에 의해 세트 스코어 25-0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경기를 해야 하는 팀이 경기를 거부하면 심판은 ‘Default(의무불이행)’나 ‘Forfeit(몰수)’를 선언해 3세트를 25-0으로 처리해 세트스코어 3-0으로 거부팀의 패배를 선언한다. 명확한 이유없이 세트나 매치를 위해 경기장에 출전하지 못한 팀에게도 제 시간에 나오지 않으면 ‘의무불이행’으로 처리할 수 있다. 세트나 경기에서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않아 ‘Incomplete(불완전한)’를 선언받아도 해당 세트나 경기를 잃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대 팀은 점수나 세트를 얻을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선 경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Incomplete’를 선언받은 팀이 이전까지 얻은 점수나 세트는 유효하다.

배구에서는 이른바 풀(Full) 세트로 이어지는 5세트까지 접전을 치를 때가 가장 흥미진진하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한국팀이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었던 것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 도미니카와의 예선전과 세계 강호 터키와의 8강전에서 극적인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김연경 등 한국 선수들은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전력적으로 열세였던 일본과 터키를 맞아 뛰어난 팀웍과 열정으로 맞서며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9년만에 4강진출 신화를 쓰며 ‘여자배구’ 열풍을 일으켰다.

사실 여자선수들이 풀세트 접전을 치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체력적으로 많은 힘을 써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극도의 긴장감으로 피로도가 가중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등이 30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응집력으로 고비를 극적으로 잘 넘기며 ‘5세트 승률 100%’의 기적을 연출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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