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59] ‘회전(回轉) 리시브’와 일본 배구 명장 다이마쓰 감독

2021-08-08 06:48

한국여자배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공격력으로는 뒤졌지만 몸을 날려 막아내는 '회전 리시브'를 구사하며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은 김연경  등 여자대표 선수들이 터키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4강 진출을 확정하며 열광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여자배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공격력으로는 뒤졌지만 몸을 날려 막아내는 '회전 리시브'를 구사하며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은 김연경 등 여자대표 선수들이 터키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4강 진출을 확정하며 열광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 폐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인들은 4년마다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1964년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개최했다. 아시아에서 하계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국가는 일본 밖에 없다. 일본이 올림픽에 큰 애착을 갖게 된 것은 배구와 인연이 깊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사상 처음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남자배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녀배구의 올림픽우승은 스포츠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은 일본인들을 열광시키며 올림픽에 큰 관심을 갖게했다. 일본인들은 배구를 통해 올림픽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올림픽 배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1964년 여자배구를 우승으로 이끈 다이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1921~1978) 일본 여자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는 ‘근성(根性)과 스타르타식’으로 선수들을 호되게 훈련시킨 지도자로 유명했다. 태평양 전쟁 북인도 임팔 전투(1944년 3~7월)에서 일본군 5만명이 굻어 죽은 가운데서도 극적으로 살아남은 그는 선수들에게 ‘악마(惡魔)’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당대 최강의 소련을 물리치고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본 코너 457회 ‘ ‘동양의 마녀(魔女)'와 한국여자배구’ 참조)

다이마쓰 감독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개발한 대표적인 기술이 ‘회전(回轉) 리시브’였다. 리시브는 원래 일본식 영어로 볼을 받는 것을 말한다. (본 코너 456회 ‘왜 일본식 영어 ‘리시브(Receive)'를 영어 '범프(Bump)' 대신 사용하게 된 것일까’ 참조) ‘회전 리시브’는 뛰어드는 동작으로 넘어지며 공을 리시브한 후, 재빨리 몸을 한 바퀴 돌려 일어나 다음 공격이나 수비에 대비하는 기술이다. 유도의 낙법을 이용한 리시브 방법이다.

그는 몸을 보호하며 넘어지는 전통적인 무술인 유도의 낙법에서 아아디어를 얻어 상대의 공격을 받아 내기 위해 육탄으로 몸을 날려 잡아내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는 소련을 꺾고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비밀 무기가 절실하다고 판단, 이같은 기술을 개발해 냈다. 당시만해도 배구 경기에서 넘어지면서 볼을 받아내는 기술이 없었다. ‘회전 리시브’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선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했다. 12명의 대표선수 중 10명이 다이마스 감독이 이끌던 대일본방적(日紡·니치보) 실업배구팀 멤버로 구성된 일본여자 대표팀은 어깨, 허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넘어지고 몸을 굴렀다고 한다. 딱딱한 나무 코트 바닥에 몸을 부딪혀가며 훈련을 하다보니 선수들은 거의가 통증을 달고 살았다는 것이다. 다이마쓰 감독이 볼을 구석 구석 때리고 선수들은 리시브로 처리하기 위해 몸을 날려 볼을 받아낸 뒤 다시 볼을 주워 감독에게 갖다주는 훈련을 밤낮없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여자배구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자 다이마쓰의 ‘회전 리시브’는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가만히 서서 받는 배구에서 몸을 날리는 역동적인 스타일로 변화해갔다.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선수들은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몸을 재빨리 날려 잡는 이 방법을 도입해, 1970년대 이후에는 일본을 다시 꺾을 수 있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 3·4위전에서 북한에 3-0으로 완패한 한국여자배구는 다이마쓰 감독을 초청, 대표팀의 획기적인 전력 강화를 위해 지도하도록 했다. 강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연습 때 ‘회전 리시브’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키며 여자대표팀에게 극한의 인내와 고통을 요구했다. 훈련지상주의자인 그의 지도방법에 반발해 1976년 뮌헨올림픽을 앞두고 최고 유망주였던 박인실이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도중 대표팀을 이탈하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실 ‘회전 리시브’는 여자 배구선수들에게 눈물과 고통의 상징이었다. 수 없이 날아오는 공을 몸을 날려 제대로 받아내려면 엄청난 훈련을 이겨내야했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통으로 신음 소리를 내며 볼을 쫒아 다녀야 한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이겨낸 여자배구 선수들은 어느덧 전쟁터로 나가는 ‘전사’처럼 죽음도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심과 정신력을 갖추게 된다.

한때 ‘회전 리시브’ 훈련은 여자배구의 일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금기시하기도 했다. 비인간적이며 체벌형 훈련에 가깝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구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단단히 단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 여자배구가 예선전 한·일전과 도미니카전과 8강전 터키전에서 극적으로 풀세트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악착같이 볼을 잡으려는 ‘회전 리시브’를 불사하며 ‘원팀’으로 뭉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