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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어디 피렐라같은 타자 없나요"…외국인타자 수난 속에 빛난 호세 피렐라③2021시즌 KBO 리그 전반기 되돌아 보면

2021-07-20 09:02

올시즌 KBO 리그에서 외국인타자들이 유례없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피렐라가 발군의 활약으로 삼성의 상위권 도약에 앞장서고 있다. 피렐라가 지난 10일 롯데전에서 홈런 공동 선두인 20호 홈런을 날리는 모습[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시즌 KBO 리그에서 외국인타자들이 유례없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피렐라가 발군의 활약으로 삼성의 상위권 도약에 앞장서고 있다. 피렐라가 지난 10일 롯데전에서 홈런 공동 선두인 20호 홈런을 날리는 모습[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어디 피렐라같은 타자 없나요?"

미국, 일본 야구를 경험했으니 KBO 리그에도 적응이 빠르리라고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잘 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국민타자이자 KBO 이승엽 홍보대사(전 삼성)가 "일본에 알고 있는 지인들이 좋은 선수를 뽑았다"며 "올해 삼성이 2위권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했을때도 모두 시즌초 의례껏하는 덕담 정도로 여겼다.

바로 삼성의 복덩이인 호세 피렐라(32) 이야기다.

사실 피렐라는 입단하기 전 혹평을 받은 외국인선수 가운데 하나였다. 2014년 뉴욕 양키즈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피렐라는 2018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146경기에 출장하는 준주전급 활약을 펼쳤고 201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쳐 2020년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로 이적했다.

문제는 일본에서의 활약이 크게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전반기에는 나름 활약을 보였으나 후반기에는 부진으로 주로 대타로만 출장하다가 계약불가 통보를 받은 뒤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이때문에 일본에서 퇴물 취급을 받았는데 과연 KBO 리그에서 제대로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다만 피렐라가 일본에서 1년 동안 있는 동안 성실한 훈련태도와 게임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심지어 피렐라가 계약불가 통보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갈때는 히로시마 선수들이 공항까지 나와 아쉬워하며 배웅했다고 할 정도로 친화력은 좋았다는 점을 들어 팀웍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는 받았다.

피렐라는 마냥 뛰는 들소마냥 과감하게 한 베이스를 더 노리곤한다. 짧은 안타를 치고도 2루로 뛰다 황급하게 1루로 되돌아 오곤 한다. [삼성 라이온즈]
피렐라는 마냥 뛰는 들소마냥 과감하게 한 베이스를 더 노리곤한다. 짧은 안타를 치고도 2루로 뛰다 황급하게 1루로 되돌아 오곤 한다. [삼성 라이온즈]
이런 피렐라가 바람을 일으켰다.

스윙이 크고 나쁜 볼에도 과감하게 배트를 휘드르는 스타일이면서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볼은 거의 놓치지 않고 컨택을 했다. 스윙 스피드가 엄청나게 빨라서 제대로 맞으면 라이너성 타구를 만들어낸다. 홈런은 그냥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직선타구다. 어느 한 방향으로 집중적으로 안타가 나오기 보다는 좌우 중간을 가리지 않는 스프레이형에다 중장거리 히터여서 수비 시프트도 큰 효과를 못보는 타자로도 꼽힌다.

무엇보다 주루플레이가 과감하게 돌진하는 들소형이다. 내야땅볼에도 전력질주를 해 내야안타를 만들고 짧은 안타에도 상대의 틈만 보이면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해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한다. 상대 야수들이 피렐라가 나오거나 베이스에 있으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올해 피날레는 타격 전 부문에서 외국인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타율과 출루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두산)에게 뒤지고 있으나 홈런, 타점, 득점, 최다안타, 장타율 등 다른 5개 분야에서는 다른 외국인타자를 압도한다.

KBO 리그의 공식 시상 부문인 홈런과 득점은 1위다. 홈런은 양의지(NC) 최정(SSG)과 함께 20개로 공동 1위이고 득점은 63점으로 김혜성(키움)에 4점 앞서 있다. 타점은 양의지(71점)에 이어 2위(56점)이고 최다안타는 101개로 강백호(kt·107개), 이정후(키움·102개)에 이어 3위다. 장타율(0.546)도 4위에 올라있다.

2년 연속 최다안타 1위에 오른 페르난데스, 지난해 100안타-100타점-30홈런-20도루로 NC의 통합 우승에 공헌한 애런 알테어, 5년동안 KBO 리그에 활약하며 외국인타자 텃주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이미 로맥(SSG) 등이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기에 나타난 성적만을 두고 볼때 피렐라와 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피렐라는 올시즌 KBO 리그에 첫 선을 보인 4명의 외국인타자 가운데는 유일하게 혼자 살아 남았다.

제2의 멜 로하스 주니어를 기대했던 스위치 타자인 조일로 알몬테(kt)를 비롯해 홈런을 펑펑 날려 줄수 있는 장거리 타자로 외국인선수 첫해 영입한도 최대액인 1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한 라이온 힐리(한화)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키움)이 모두 중도 퇴출되고 말았다. 심지어 지난해 38개 홈런으로 LG 구단 역사상 한시즌 최다 홈런을 날린 로베르토 라모스도 떠났다.

6시즌만에 가을야구의 꿈에 부풀어 있는 라팍 응원석은 그 어느때보다 활기차다. 지난 6월 26일 LG전에서 피렐라가 좌중월 홈런을 날리자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6시즌만에 가을야구의 꿈에 부풀어 있는 라팍 응원석은 그 어느때보다 활기차다. 지난 6월 26일 LG전에서 피렐라가 좌중월 홈런을 날리자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사진 삼성 라이온즈]
피렐라의 합류로 삼성이 달라졌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이다.

고성원두로 불렸던 노후한 대구시민구장을 떠나 최신식으로 마련된 라이온즈파크로 근거지를 옮긴 2016년 이후 단 한차례 가을야구에 동참하지도 못했던 삼성은 피렐라의 합류로 시즌 한때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현재 3위다. 선두 kt에는 2게임차고 2위 LG에는 승률에서 3리가 뒤질 뿐이다.

6시즌만에 최고 성적이다. 이런 삼성의 고공행진의 중심에 피렐라가 자리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평발인 탓에 긴 수비를 하기가 곤란해 보통 4게임 지명타자, 2게임 좌익수 수비로 주로 나서는 피렐라는 최근에는 2번타자로 구자욱-강민호-오재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이끄는 향도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피렐라는 올해 결승타를 6개나 날렸다, 강민호의 8개에 이어 구자욱과 동률이다. 오히려 오재일보다 3개나 더 많다. 그만큼 클러치 상황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는 증거다.

피렐라로서는 거의 한달에 가까운 휴식기가 누구보다 반갑기 그지없다. 최근 떨어지기 시작한 타격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피렐라는 4월 24게임 97타수 34안타(타율 0.351) 9홈런, 5월 23게임 96타수 34안타(0.354) 4홈런으로 펄펄 날았으나 6월 26게임 105타수 28안타(타율 0.267) 6홈런으로 뚝 떨어지더니 7월에는 7게임 26타수 5안타(0.192) 1홈런으로 더욱 낮아졌다.

심각한 부진의 늪으로 빠져 들수 있는 위기였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도 전반기에 좋은 활약을 보이다가 후반기에 부진하면서 결국 퇴출되는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다. 휴식기를 최대로 활용해 컨디션을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과제다.

이제 삼성은 후반기에 64게임만 남겨 놓고 있다. 삼성이 6시즌만에 가을야구에 동참하느냐의 여부는 피렐라가 전반기와 같은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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