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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33] 왜 풀 코트 프레스(Full Court Press)라 말할까

2021-07-13 07:32

풀 코트 프레스는 상대 공격을 적지에서부터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수비 전술이다. 사진은 올 NBA 밀워키-애틀랜타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풀 코트 프레스는 상대 공격을 적지에서부터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수비 전술이다. 사진은 올 NBA 밀워키-애틀랜타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풀 코트 프레스((Full Court Press)는 강력한 수비 전술이다. 공격 팀의 볼이 하프코트를 넘어오기 전부터 지역 수비로 압박을 가하는 적극적인 수비형태이다. 볼을 가진 공격수를 사이드로 몰아넣어 더블 팀을 시도하며 나쁜 패스를 유도해 인터세브를 시도하는 경우이다. 만약 실패할 때는 전원 원 위치로 돌아가 2차 수비를 펼친다. 상대 공격이 많은 움직임을 하도록 만들어 공격 제한시간을 지체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풀 코트 프레스라는 말을 풀어보면 충분히 코트에서 압박을 가한다는 뜻이다. 원래 코트는 궁정이라는 의미인 프랑스어 ‘Cour’에서 유래된 말로 영어에서 법정이라는 뜻으로 오래 전부터 사용했다. 스포츠 용어로 경기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인 것은 1800년대 근대스포츠가 본격적으로 탄생하면서부터였다. 테니스에서 먼저 사용했으며 1891년 미국에서 농구가 탄생하면서 경기장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프레스는 원래 동사형으로 누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명사형으로 언론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동사형으로 쓸 때는 압박한다는 의미를 뜻한다.

풀 코트 프레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대였다. 흑인 감독인 존 맥렌던(1915-1999)에 의해서 발명됐다. 그는 미국 대학과 프로스포츠에서 최초의 흑인 감독이었다. 농구 창시자 제임스 네이스미스가 감독으로 있었던 캔자스 대학과 가까운 지역인 캔자스 해리와타에서 태어난 그는 흑인 아버지와 인디언 엄마를 두고 있었다. 캔자스 시티 주니어 칼리지에서 농구선수로 활동한 그는 네이스미스가 이끄는 캔자스 대학에 입학했지만 당시만 해도 백인 위주로 농구팀을 운영해 출전 기회를 갖지 못했다. 1951년까지 흑인들이 백인들과 경기를 갖는 것이 금지됐었다.

선수 활동을 그만 둔 뒤 그는 흑인 고등학교와 흑인 대학팀을 전전하다가 노스 캐롤라이나 흑인 대학에서 농구 명문 듀크대와 경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마침내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처음으로 백인 선수들을 지도하는 흑인 코치로 임명됐다. 대학대회인 NAIA에서 풀 코트 프레스를 앞세워 3번 올해의 코치로 선정됐으며 3회 연속 미국 대학 우승을 시킨 지도자로 명성을 날렸다. 프로농구팀 지도자로서 그는 클리블랜드 파이퍼스와 덴버 로키츠 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인종차별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팀들은 다른 아프리카계 미국인 팀들과만 경쟁할 수 있었다. 그의 경기 스타일은 처음에는 백인들이 주도하던 당시 농구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후에 백인 코치들이 이를 채택하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됐다.

캔자스 지역 위치타 대학 감독이었던 진 존슨(1902-1989)도 풀 코트 프레스를 확산시키는데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1960년대 뉴멕시코 청소년 농구팀인 홉스 고등학교 감독이었던 랄프 태스커(1919-1999)는 베이스라인에서 베이스라인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맨투맨 압박수비를 펼치는 수비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이 수비 방법은 많은 턴오버와 득점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홉스 고등학교는 1969-70시즌 14경기 연속 10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40년간 최고의 기록으로 유지됐다. 태스커가 이끈 뉴멕시코 청소년팀은 1970년 칼스배드 고교와의 경기에서 170득점, 1978년 로스웰 고교와의 경기에서 176득점을 기록, 뉴멕시코 최고 득점 기록을 세웠다. 1981년 3경기에선 150득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풀 코트 프레스는 도르제 안드리야셰비치 세르비아 감독에 의해 유럽으로 보급됐다. 1965년 프랑스팀이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서 사용했으며 이후 유럽 리그에서 인기를 끌며 빠르게 확산됐다.

풀 코트 프레스는 많은 체력 소모로 인해 장기 레이스인 프로농구에선 잘 쓰지 않는다. 프로농구 4쿼터 막판 박빙의 승부에서 비장의 카드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이 수비 전술을 쓰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단기 승부에선 많이 활용한다. 최강 미국 대표팀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서 풀 코트 프레스를 펼치기도 한다. 단기 승부에선 아주 매력적인 수비 전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풀 코트 프레스를 즐겨 사용한다. 대표팀과 프로농구팀들은 필요할 때 적절하게 풀 코트 프레스를 운영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체력 소모가 많아 경기 내내 쓰지는 않는다. 장점도 많지만 잘못 하면 체력적은 부담으로 인해 상대에게 역습을 내 줄 수 있는 단점 등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 한국에서는 풀 코트 프레스 대신 올 코트 프레스라는 말을 많이 썼다. 현재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원어로 쓴다.

풀 코트 프레스는 승리와 패배를 가져오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악마의 수비 전술’이라고 불린다. 잘 쓰면 ‘명약’이지만 잘 못 쓰면 ‘독약’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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