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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32] 지역방어(Zone Defense)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2021-07-12 07:01

NBA는 프로농구의 흥행을 위해 오랜동안 지역방어를 금지시켰다. 사진은 최고의 3점슈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NBA는 프로농구의 흥행을 위해 오랜동안 지역방어를 금지시켰다. 사진은 최고의 3점슈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방어(Zone Defense)는 농구에서 한 팀의 선수 전원이 상대팀 공격을 각각 일정한 지역으로 나눠 맡는 방어전술이다. 5명 선수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동해 자신이 담당한 지역에서 상대 선수의 패스, 드리블, 슛 등을 막는 것을 말한다. 사람을 맡는 맨투맨 디펜스(Man To Man Defense)와 대조를 이루는 수비방법이다. 쉽게 말해 지역방어는 말 그대로 사람보다 지역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의 지역에 있는 상대 공격수가 2인 이상이 되더라도 혼자서 이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맨투맨 이상으로 예측 능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미국 인터넷 용어사전 매리엄 웹스터에 따르면 지역방어라는 말은 1927년 처음 사용했다.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에 의해 농구 규칙 13개항이 발표된 뒤 농구 전술은 정교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규칙 변화와 함께 이에 적응하기 위해 전술도 여러 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농구에서 지역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중부지역인 캔자스시 뉴턴 고등학교에서 1914년부터 1945년까지 농구팀을 지도한 프랭크 린들리였다. 네이스미스 박사는 농구를 창안한 뒤 미국대학농구(NCAA) 명문 캔자스대학 농구팀을 창단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캔자스 지역서는 농구가 큰 인기를 끌었다. 농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하기도 한 린들리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지역방어를 앞세워 594승 118패의 출중한 통산 성적을 올렸다.

NCAA 시라큐스대 짐 보헤임 감독은 1969년부터 팀을 맡아 2-3으로 대표되는 지역방어를 가장 잘 완성시킨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적극적인 방어와 공격적인 수비를 좋아한 그는 지역방어를 앞세워 시라큐스대를 NCAA 강팀으로 끌어 올려놓았다. 그의 수비 방법은 미국남자농구 대표팀을 포함한 여러 팀에서 활용하는 전형이 됐다.

지역방어를 제대로 하면 속공에 유리하고 스크린 플레이,포스트 플레이를 무력하게 만들고 상대 패스를 적절하게 끊어 놓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수비 대형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상대 속공에 취약하고, 상대 팀에게 외곽슛과 3점슛 등 롱슛을 허용할 수 있다. 또 맨투맨 수비보다 선수들의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역방어의 핵심은 상대 패스를 끊을 때를 잘 판단하는 것이다. 패스를 하로고 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잘 간파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맨투맨 이상으로 선수의 판단능력이 크게 요구된다.

지역방어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2-3, 3-2, 1-3-1 등이다. 2-1-2는 2-3의 변형이며, 1-2-2는 3-2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는 전방 수비수와 후방 수비수를 가리키는 것이다. 예를들어 2-3은 두 명의 수비수가 전방을 커버하고 3명의 수비수가 후방을 커버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방어는 국제대회, 대학 및 청소년 대회에서는 흔히 쓰는 수비전술이다. 하지만 미국프로농구(NBA)서는 흥행을 위해 지역방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NBA는 1946년 창설된 NBA 전신인 BAA부터 지역방어를 금지했다. NBA는 방어적인 3초룰 규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팀들이 원칙적으로 지역방어를 하기가 어렵다.
NBA에서 원래 지역방어를 금지한 것은 정교한 전략을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였다고 한다. NBA도 원래 지역방어에 대해 그렇게 민감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방어를 허용하면 플레이 패턴에 여러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해 금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지역방어를 금지할 때는 3점슛 제도가 없었다. 2점슛만 날리는 비효율성으로 인해 외곽슛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1979년 NBA서 3점슛이 도입되면서 농구 플레이는 큰 변화가 생겼다. 가드, 포워드는 물론 센터진까지 3점슛 능력을 갖출 필요성이 요구됐다. 미국농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소련에 82-76으로 패하면서 동메달에 그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경기에서 소련의 리마스 쿠르티나이티스는 3점슛 10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키며 미국을 꺾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NBA 팀들은 3점슛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거리 슛 능력이 있는 슈터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000년대 스테픈 커리의 등장으로 리그 평균 35% 정도에 머물렀던 팀 3점슛 성공률을 40% 이상으로 끌어 올려 NBA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NBA는 개인적인 능력에 따른 대인방어만 허용해 오다 2001년 시즌부터 지역방어를 도입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지역방어를 금지하였으나 2002~2003년 시즌부터 부분적으로 허용하였다. 단 미 프로농구(NBA)와 우리나라의 프로농구(KBL) 모두 지역수비를 허용하되, 페인트 존에서 수비자 3초룰 조항이 있어 완전한 지역수비는 허용하지 않았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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