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24] 여행을 의미하는 트래블링(Traveling)이 어떻게 반칙용어로 쓰이게 된 것일까

2021-07-02 04:53

 미국프로농구의 최고 테크니션 제임스 하든(브루클린)은 절묘한 '유로 스탭'을 구사하며 트래블링을 교묘하게 피해 상대 수비진을 따돌린다. 사진은 하든의 드리블 동작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프로농구의 최고 테크니션 제임스 하든(브루클린)은 절묘한 '유로 스탭'을 구사하며 트래블링을 교묘하게 피해 상대 수비진을 따돌린다. 사진은 하든의 드리블 동작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구에서 드리블이나 패스를 하지않고 공을 들고 3걸음 이상 가는 것을 트래블링(Traveling)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Walking Violation)이라고 부른다. 트래블링이 선언되면 상대방에게 공격권이 넘어간다.

트래블링은 본래 여행한다는 뜻이 있지만 걷거나 움직인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영어로 야구단 주무를 말할 때 ‘트래블링 매니저(Travelling Manager)’라고 표현을 하는 이유는 주무가 많이 움직이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본 코너 140회 ‘주무를 의미하는 ‘트래블링 매니저(Travelling Manager)‘에 ’트래블링’이 들어간 까닭은‘ 참조) 주무는 로드 매니저(Road Manager)이라고도 부른다. 트래블링 팀(Team)은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많이 갖는 독립리그에 속한 마니어리그 팀을 지칭하기도 한다.

트래블링은 동사 트래블(Travel)에 진행형 ‘ing’가 합성된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원래 트래블은 일을 의미하는 프랑스 고어 ‘Travail’이 변형돼 만들어졌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 시대에는 보통 사람들이 멀리 여행을 한다는 것은 꿈을 꿀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현재와 같은 여행의 의미로 트래블이 쓰이게 된 것은 14세기 이후였다. 트래블은 영어로 정착되면서 여행을 한다거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트래블링은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처음 농구를 창안했을 때부터 존재했다. 1891년 네이스미스 박사가 제정한 농구 규칙 13개 항 가운데 3항은 ‘선수는 공을 가지고 뛸 수 없으며 반드시 공을 잡은 지점에서 공을 던져야 한다. 뛰면서 공을 잡은 선수는 그대로 그 자리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선수가 공을 갖고 달릴 수 없다는 조항이었다. 후에 이 조항은 규칙과 기술 발전에 의해서 보완되며 공을 잡고 세 걸음 이상 걸어선 안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국내 농구에선 워킹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워킹은 쉽게 말해서 3보 이상 걸으면 파울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일본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워킹이라는 말은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이 코트에 등장하며 워킹 대신 트래블링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됐다.

트래블링은 공을 소유할 때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드리블 할 때와는 다르게 한쪽 발을 축으로 쓰는 피벗 시 몸을 움직여 점프해 패스하거나 슛을 하는 것은 트래블링이 아니다. 그러나 착지할 때 공을 갖고 있다면 이는 트래블링이다. 두 번의 스텝을 밟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패스를 받으면서 스텝을 밟고 점프 후 양발을 착지하는 것 또한 트래블링이 아니며 이어 드리블로 이어나갈 수 있다.

트래블링에 대한 규제는 국제농구협회(FIFA)보다 NBA룰이 좀 더 관대하다. NBA는 선수들의 스텝에 대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현란한 발놀림이 이루어지는 유로 스탭(Euro Step)이 NBA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도 트래블링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기준으로 유로 스텝을 처음 보는 이들은 ‘트래블링’으로 간주하는게 보통이다.

FIBA도 최근 NBA와 비슷하게 ‘게더 스텝(Gather Step)’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게더 스텝은 드리블 이후 슛이나 레이업을 하기 위해 볼을 소유하게 되는데 볼 소유 시점과 동시에 플로어에 닿은 스텝을 카운트하지 않고 ‘제로 카운트’로 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FIFA와 NBA는 트래블링 적용을 일부에선 다르게 한다. NBA 경우 에어볼을 슈터가 다시 잡고 착지하면 트래블링이지만, FIBA는 슈터가 슛을 쏘며 손에서 공이 떨어진 순간 그 공은 루즈볼이 된다. 따라서 슈터가 에어볼이 된 공을 다시 잡는 것은 루즈볼을 획득하는 행위이므로 정상 플레이로 인정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