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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06] 왜 스틸(Steal)이라 말할까

2021-06-09 07:47

NBA에서 스틸은 블록슛이 1973-74시즌부터 공식기록으로 인정했다. 사진은 LA 클리퍼스 폴 조지(왼쪽)가 덴버 자말 머리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NBA에서 스틸은 블록슛이 1973-74시즌부터 공식기록으로 인정했다. 사진은 LA 클리퍼스 폴 조지(왼쪽)가 덴버 자말 머리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농구에서 스틸(Steal)은 상대 공을 가로채는 것을 말한다. 블록슛(Block Shot)과 언듯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개념이다. (본 코너 405회 ‘왜 블록슛(Block Shot)이라고 말할까’ 참조) 블록슛은 상대 슛을 저지하는 것인데 반해 스틸은 상대가 패스나 드리블을 하는 공을 뺏는 것이다. 스틸은 상대 손을 접촉한다든지 하는 반칙을 하지 않고 공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다. 수비수가 스틸에 성공하면 공을 뺏긴 상대 공격수는 실책으로 기록하게 된다.

미국어원사전에 따르면 원래 스틸이라는 말은 12세기부터 사용됐다. 고대영어 ‘Stelan’, 중세영어 ‘Stelen’이 변형된 말이다. 본 뜻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뺏어오는 것이었다. 스포츠에서 스틸이 처음 사용된 것은 미국에서 창안된 야구에서였다. ‘폴 딕슨 야구 사전’에는 1857년 투수가 투구를 할 때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안전하게 달리는 것을 뜻하는 개념으로 처음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더 타임즈의 포터 스프리트(Porter’s Spirit of the Times)는 “몬슨 호이트가 그라운드를 마치 사슴처럼 달린다. 종종 투수가 캐처에게 공을 던질 때 홈으로 뛰어들어 득점을 올린다”고 보도한 것으로 인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틸을 루를 훔친다는 의미인 일본식 한자어 ‘도루(盜壘)’라는 말로 사용한다.

미국에서 186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야구보다 늦은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에 의해 창안된 농구는 오랫동안 스틸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블록슛과 같이 스틸이 기술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이유이기도하다. 스틸은 판단력, 민첩성, 속도감을 갖춘 좋은 수비수를 구별할 수 있는 요소의 하나이다. 하지만 스틸이 수비력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것은 아니다. 스틸에 실패하면 수비수가 제 위치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감독들은 스틸을 도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스틸은 수비수들에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성공할 경우 종종 빠른 속공을 유발하며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스틸을 잘 하는 포지션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작고 빠른 가드진들이 가장 많은 스틸을 하지만 예외적 상황도 있다. 1990년대 최고 센터로 이름을 날렸던 하킴 올라주원은 스틸 부문에서 역대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센터이기도 하다.

미국 농구에서 스틸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 지는 불분명하다. NBA에서 처음으로 스틸 기록을 공식화한 것은 1973-73시즌부터였다. 라이벌인 ABA에서 같은 시즌 스틸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면서 NBA도 따라서 시작한 것이다. NBA는 블록슛과 함께 스틸을 이 때부터 공식 기록으로 인정했다.

NBA 1973-73시즌 첫 스틸왕은 포틀랜드 트레일 브레이저스 백인 가드겸 포워드 래리 스틸이었다. 시즌 217개로 게임당 평균 2.68개를 기록했다. NBA에서 정규 시즌 한 경기 최다 스틸은 11개이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포워드 래리 캐논이 1976년 시즌, 뉴저지 네츠 가드 켄달 길이 1999년 시즌서 각각 기록했다. NBA 한 시즌 개인기록은 샌안토니오 스퍼스 가드 앨빈 로버트슨이 1985-86시즌 세운 301개이다. NBA 통산 최다 스틸기록은 유타 재즈 명가드 존 스탁턴이 세웠다. 1988-89, 1991-92시즌 스틸부문 1위를 차지했던 스탁턴은 통산 3,265개를 기록했다. LA 레이커스 매직 존슨은 1980-81시즌부터 2년 연속 스틸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농구 황제’ 시카고 불스 마이클 조던도 1987-88, 1989-90, 1992-93시즌 등 3번 스틸왕에 오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76res 앨런 아이버슨은 2000-01시즌부터 3년 연속 스틸 1위에 등극했다. 크리스 폴은 뉴올리언스 호네츠(2007-08, 2008-09, 2010-11)와 LA 클리퍼스(2011-12,2012-13,2013-14) 등에서 모두 6번 스틸왕에 올랐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픈 커리는 2015-16시즌 스틸 1위를 하기도 했다.

한국프로농구서는 현역선수로 원주 DB 김태술, 서울 SK 김선형, 전주 KCC 이정현 등이 뛰어는 스틸능력을 갖춰 ‘대도(大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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