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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타임즈 특별기고] 한국 마라톤, 도쿄올림픽 마지막 날 태극기 월계관을 쓰기를

2021-05-28 07:27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스포츠해설가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스포츠해설가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마라토너들이 모두 들어오면 폐회식과 함께 올림피아드의 뜨거운 열정의 성화도 꺼진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년 연기되어 올해 개최되는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경기도 마지막 날인 8월 8일 벌어진다. 도쿄의 불볕더위를 피해 선수들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시원한 최북단 삿포로에서 열린다.

한국 남자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고 손기정 선생이 우승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황영조가 56년 만에 금메달을 안겨주었으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 선수가 3초 차이로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 지금까지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25년만인 2021년 8월 8일 도쿄 올림픽에서는 태극기 유니폼을 입은 우리 선수가 월계관을 써보는 날이 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세계 마라톤의 왕국인 케냐에서는 정치인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사람이 바로 마라톤 선수라고 한다. 세계 대회나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나라가 바로 케냐로 우리나라 양궁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독한 가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집념 그리고 주린 배를 붙잡고 가족을 위해 꿈과 희망을 품고 42.195km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케냐 마라톤이 태어난 밑거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타고난 신체 조건과 산소가 부족한 자연환경 고지대에서의 꾸준한 훈련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종 스포츠 종목의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마라톤도 케냐 국적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한국명 오주한, 청양군청 소속)라는 선수가 지난 2018년 9월 귀화해서 한국 국적을 얻고 올림픽 대표 선수가 되었다. 여기에는 고 오창석 국가대표 코치의 한국 마라톤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마라톤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는 지병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5일 우리 곁을 떠났다. 도쿄올림픽을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시점이라 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는 연초 에루페 선수와 함께 케냐 현지 훈련 중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일시 귀국,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2시간 5분 13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케냐 출신 오주한과 김재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2회 연속 출전하는 한국전력 소속 심종섭이 당당히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심종섭은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대회들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가운데 어렵게 지난달 4일 경북 예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선발전 경기에서 2시간 11분 24초의 기록으로 올림픽 기준기록 통과 자신의 최고 기록을 1분 33초 앞당기며 우승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올림픽 마라톤 경기는 보통 기록싸움보다는 순위 싸움으로 레이스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도쿄올림픽 마라톤 경기도 더운 날씨가 예상되기 때문에 기록보다는 체력과 정신력이 강한 선수들의 순위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케냐에서 훈련중인 에루페(한국명 오주한)가 2시간 3분, 4분대의 연습 기록을 보이고 있어 두 선수가 대회 날까지 72일 남은 막바지 훈련에 박차를 가해 폭염이 예상되는 날씨에 잘 대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감격적인 순간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8월 8일의 도쿄 대첩을 온 국민과 함께 염원한다.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스포츠해설가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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