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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95] 왜 ‘플로터(Floater)’를 ‘막슛’이라고 말할까

2021-05-28 06:39

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는 3점슛 뿐 아니라 플로터로 잘 구사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커리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골든스테이트에 지명돼 세 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는 3점슛 뿐 아니라 플로터로 잘 구사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커리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골든스테이트에 지명돼 세 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구에서 플로터(Floater)는 주로 가드들이 많이 하는 슛이다. 쉽게 말해서 레이업(Lay Up) 처럼 올라가다가 마치 훅슛(Hook Shot)처럼 한 손으로 휙 던져 넣는 기술이다. 키가 작은 선수들이 키가 큰 선수들의 수비를 피해 높은 아크로 부드럽게 떨어뜨린다. 키 큰 선수들의 전매특허인 덩크슛(Dunk Shot)에 반대되는 개념의 슛으로 보면 된다. 덩크슛이 힘으로 하는 거라면 플로터는 기교에 의해 만들어진 슛이기 때문이다.

원래 영어 ‘Floater’는 물에 뜨는 물체나 사람을 의미한다. 야구 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야구에서 1902년 플로터라는 말을 먼저 사용했다.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기 위해 스핀을 넣어 천천히 날아가게하는 투구라는 의미로 썼던 것이다. 플로터는 커브볼의 일종인 너클볼과 유사한 구질의 볼이다. 테니스에선 드롭샷과 비슷하다. 아마도 농구에선 야구에서 먼저 사용한 말을 일정한 형식이 없는 슛을 플로터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하지만 누가 플로터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는 지는 알려지 있지 않다.

플로터는 영어로 눈물방울이라는 의미인 ‘Tear Drop’이라고도 말한다. 눈물방울처럼 속삭이듯이 조용히 떨어진다는 의미로 붙여진 말로 보인다. 우리 말로는 일정한 자세가 없어 ‘막슛’이라고 부른다. 정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농구 교본에는 플로터라는 말이 나와있지 않다.

플로터는 덩크슛보다도 더 역사가 오래됐다. (본 코너 385회 ‘슬램덩크(Slam Dunk)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참조) 미국 농구문헌들에 따르면 1930년대 원핸드 점프슛을 처음 시도한 인물로 알려진 스탬포드대 출신의 행크 루이세티가 플로터를 구사했다고 한다. 1950년대 보스턴 셀틱스 밥 쿠지도 널리 사용한 슛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플로터를 대중화시킨 선수로는 1970년대 조지 거빈을 꼽는다. 어떠한 포지션도 잘 소화했던 거빈은 샌안토니와 스퍼스와 시카고 불스 등에서 최고의 슛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손가락을 이용해 공에 강한 회전을 줘 득점을 올리는 기술을 구사하며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했다. 일부서는 그의 슛을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놀린다는 의미로 핑거롤(Finger Roll)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플로터의 일종이었다.

플로터는 이제 미국프로농구(NBA)는 물론 한국프로농구서도 많이 쓰는 슛으로 자리잡았다. NBA에서 토니 파커, 스테판 커리 등이 플로터를 잘 구사했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졌던 토니 파커는 2000년대 초반 팀 던컨과 함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성기를 열었다.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혔던 그는 농구선수로는 작은 키(1m88)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주무기로 플로터를 앞세워 득점력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테픈 커리는 2011년부터 2014년 마크 잭슨 감독이 재임할 때 플로터를 효과적으로 구사한 뒤 잭슨 감독의 뒤를 이은 스티브 커 감독 때 마침내 NBA 타이틀을 차지했다. 커리는 선수시절 포인트 가드로 플로터를 잘 활용했던 잭슨 감독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NBA서도 플로터를 연마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양한 기술로 상대 수비 타이밍을 뺏으며 여러 가지 변칙 슛을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 쓰면 성공률이 낮아 평소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프로농구에서도 김선형, 전태풍 등이 플로터를 많이 사용해 작은 키에도 상대 블록을 피해 골을 성공시킨다. 키가 작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선수들이 득점력을 키우기 위해선 변칙 스타일인 플로터를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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