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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92] 왜 농구공은 오렌지(Orange)색일까

2021-05-25 06:41

오렌지색 농구공은 선수들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1950년대 처음 개발됐다. 사진은 24일 NBA PO 1차전유타와 경기에서 오렌지색 공으로 슛을 시도하는 멤피스 브룩스.  [로이터=연합뉴스
오렌지색 농구공은 선수들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1950년대 처음 개발됐다. 사진은 24일 NBA PO 1차전유타와 경기에서 오렌지색 공으로 슛을 시도하는 멤피스 브룩스. [로이터=연합뉴스
대한농구협회 경기 규칙서에는 ‘농구공은 국제농구연맹(FIFA)이 승인한 어두운 오렌지(Orange)색 또는 오렌지색 계열의 밝은 브라운(Brown) 공이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프로농구단체인 한국농구연맹(KBL) 경기 규정에도 볼 표면은 오렌지색이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대학농구(NCAA)도 비슷한 규정을 오래 전부터 적용한다. NBA는 경기에 쓰는 농구공은 NB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수를 포함해 농구에 익숙한 이들은 오렌지색 농구공을 당연하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처음 농구공을 접하는 이들은 한번쯤 ‘왜 농구공은 오렌지색일까’ 궁금증을 가져봤을 듯하다. 축구, 야구, 골프를 비롯해 대부분의 구기 종목들이 하얀색 공을 쓰는 것과는 달리 농구공을 오렌지색으로 하도록 한 규정을 프로농구나 아마농구에서 채택한 것은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때문이다.

농구공 색깔을 하얀색, 또는 녹색이나 보라색 등으로 하지 않고 오렌지색을 채택한 이유는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오렌지색 공을 쓰면 선수들 눈의 피로도를 많이 줄 일 수 있다. 오렌지색 공은 갈색의 코트바닥과 비슷한 색깔이라는 점에서 눈의 피로도를 적게 하며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여러 명의 선수들이 바삐 움직이며 잠시라도 공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만약 축구, 야구 등과 같이 하얀색 공을 쓴다면 눈에는 잘 띌 수는 있어도 하얀색이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 스키나 스노보드를 하면서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 NBA서 고글을 끼고 경기를 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시력보호가 아닌 눈 부상을 우려해 사용했던 것이다.

오렌지색 농구공을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은 토니 힌클(1899-1992)이다. 1950년때 후반까지만 해도 농구공을 일반적으로 갈색이었다. 당시 농구명문 버틀러대 감독이었던 힌클은 갈색공이 선수들의 시야에 좋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색의 공을 쓰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1957년 새로운 색깔의 농구공을 개발하기 위해 농구공 제조사인 스팔딩사와 함께 손을 잡았다. 개발한 오렌지색 농구공은 1958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NCAA 켄터키대와 시애틀대의 결승전(켄터키대 84-72승리)에서 처음 사용됐다. NCAA는 오렌지색 공의 뛰어난 가시성을 인정하고 정식 공인색 공으로 확정했다. 스팔딩사는 세계 최초로 오렌지색 공을 생산하는 회사가 됐으며 1983년부터는 NBA 공식 경기공 제작사로 선정됐다. 힌클은 1965년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오랫동안 재직한 버틀러대는 체육관 이름을 ‘힌클 필드 하우스(Field House)’라고 명명해 그의 유산을 기리고 있다.

미국 농구에선 오렌지색 공이 아닌 다른 색깔의 공으로 농구 경기를 갖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농구협회(ABA)가 NBA로 1976년 통합되기 이전인 1967년부터 통합되던 해까지 빨간색, 흰색, 파란색으로 색칠된 농구공을 사용했다. 하지만 ABA가 NBA로 통합된 후 오렌지색 공으로 대체됐다. 여러 가지 색깔의 공이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단색인 오렌지색으로 통일된 것이다.

현재 모든 농구공이 오렌지색으로만 돼 있지는 않다. 농구 동호인들은 공원등이나 동네 간이코트에서 농구를 즐길 때 여러 색깔의 농구공을 사용할 수 있다. 프로농구팀에서 팬서비스용으로 제작하는 농구공을 오렌지색이 아닌 구단이 선호하는 색깔을 선택해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식 농구 경기를 하려고 한다면 오렌지색 농구공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렌지색 농구공이 시력 보호를 해주고 가시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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