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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 "손기정과 같은 마라톤 영웅을 다시 배출하기 위해선 역전마라톤을 살려야한다"

2021-04-30 11:24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씨는 한국마라톤을 다시 세우기 위해선 역전 마라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심종섭이 지난 4일 예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선발대회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심종섭은 2시간11분24초로,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씨는 한국마라톤을 다시 세우기 위해선 역전 마라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심종섭이 지난 4일 예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선발대회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심종섭은 2시간11분24초로,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58·전남 함평중학교 교사)씨가 30일 마니아타임스에 '육상경기의 온상인 역전마라톤을 살려야 한다'는 글을 써 보내왔다.
1982년 1500m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김원식씨는 마라톤 선수로는 1984년 제23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했으며 1992년 제35회 다마쓰쿠리 국제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방송에서 육상 해설가로도 활동하기도 한 그는 점차 사라지는 역전마라톤을 살려야 한국 육상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식씨는 "마니아타임스가 한국 체육 100년 시리즈 연재물을 다루면서 육상과 마라톤의 과거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을 보고 공감을 가졌다"며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로 이어진 한국 마라톤 계보가 끊어진 것이 매우 안타깝다. 역전마라톤을 다시 일으켜야 마라톤도 중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고 전문이다.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 현재 전남 함평중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 현재 전남 함평중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역전 마라톤은 출발해서 골인까지 구간을 나누어 주자들이 어깨띠를 건네받는 마라톤 릴레이를 말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힘을 내 달리면서 서로 하나가 되는 게 매력적이다. 인생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소중한 가치를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 달리면서 배운다.

마라톤을 생활스포츠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과 엘리트 선수, 그리고 지도자들은 마라톤의 뿌리랄 수 있는 역전마라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필자는 정규코스 마라톤 선수가 되기 전 역전마라톤을 통해서 꿈을 키우고 국가대표와 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하며 성장했다. 1980년대의 마라톤 전성기 시절, 부산일보사가 주최한 진부역전마라톤대회는 전국에서 온 건각들이 진주에서 부산까지 이틀간의 일정으로 달리는 대회였다. 3·1절을 경축하고 한국 마라톤의 중흥과 신인 발굴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1997년 제29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경호역전마라톤은 마라톤을 재건하자는 열망으로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 출발, 서울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달리는 레이스였다. 1971년 시작된 이 대회에는 전국고교와 중학교의 건각들이 출전, 시·도 대항의 패기 넘치는 각축을 벌였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이 라디오로 전국에 중계방송을 하며 주최한 이 대회는 유망한 신인의 등용문이었으나 1992년 제22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국내 유일의 국토종단 마라톤 대회인 경부역전마라톤은 부산시청 앞에서 출발, 파주 임진각까지 한반도의 남과 북을 관통하는 마라톤 대회였다. 한국일보가 1955년부터 주최했다.

2015년 제61회 대회부터는 ‘한반도 역전마라톤’으로 이름을 바꾸어 통일의 염원을 더욱 간절하게 달리며 기리는 대회였다. 파주 민통선 구역까지 지평을 넓혀 한국 마라톤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경부역전마라톤은 북녘땅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가던 레이스였지만 아쉽게도 2016년 제62회 대회를 끝으로 중단 되었다.

특히 경부역전마라톤은 필자가 당시에 스포츠 아나운서의 꿈을 꾸며 달리는 선수들에게 응원과 함께 실제 상황처럼 중계방송을 연습하며 웃고 재미있었던 기억과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남아 있는 국내 역전마라톤 대회는 경향신문이 주최하는 서울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대통령기 통일역전마라톤 대회와 경주에서 열리는 고교 코오롱구간마라톤대회, 지난해 1회 대회를 치른 강호축 마라톤대회 등 3개 대회와 또한 각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역전마라톤 대회가 있다. 강호축 마라톤 대회는 강원과 충청 호남의 연대를 되새기는 대회로 올해부터는 목포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달리는 전국대회 규모의 코스로 열리게 된다. 지역의 상생과 함께 한국 마라톤의 미래 꿈나무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가까운 일본의 경우 마라톤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에는 어김없이 하코네 역전마라톤이 열린다. 1920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97회를 맞이했다. 10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일본의 스포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상징적인 대회다. 국민 30% 이상이 TV 중계방송을 시청할 정도로 국민적인 스포츠 축제다. 일본 육상의 저변을 넓히고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육상의 저변 확대와 꿈나무 발굴을 위해서 사라져가는 역전마라톤을 다시 부활할 필요가 있다.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고 대표했던 마라토너 영웅 손기정 선수를 비롯한, 서윤복, 남승룡, 이봉주, 황영조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길러내려면 역전마라톤을 신인 발굴과 육성의 터전으로 삼아야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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