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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어떤 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가를 고민해야'--'9억팔' 장재영의 묘한 악순환, 징크스 될라?

2021-04-30 09:55

키움 장재영
키움 장재영
'어떤 볼로 타자를 상대하느냐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느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

'9억팔' 장재영(키움)이 첫 오프너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 아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150㎞가 넘는 빠른 볼이라도 스트라이크존을 눈에 띄게 벗어나는 볼로는 그 어떤 타자들도 유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해 주었다.

장재영은 올해 이의리(KIA), 김진욱(롯데), 이승현(삼성)과 함께 '특급신인'으로 꼽혔다. 이 가운데도 장재영은 첫 손가락이었다. 다른 3명의 계약금이 3억원대인데 견주어 장재영은 무려 9억원을 받았다. 역대 신인 계약금으로 2006년 KIA 유니폼을 입은 한기주의 10억원에 이은 역대 2위였다. 그만큼 기대를 한껏 받았다.

시작은 서로 달랐다. 이의리와 김진욱이 선발로 나서는 동안 장재영은 6차례 구원으로만 나섰다. 프로데뷔전이 된 4월 6일 KIA전 홈경기는 마무리였지만 나머지 5번은 모두 중간 계투요원이었다. 6번의 구원으로 나서는 동안 팀은 단 한차례 승리만 했을 뿐 나머지 5게임은 모두 패했다. 물론 기록상 책임에서 장재영은 모두 빠졌다. 당연히 승리도 없었지만 홀드나 패전도 없었다.

지금까지 장재영의 등판 내용을 보면 묘한 구석이 있다. 나름 잘 던져 믿음을 주는 듯 해 대임(?)을 맡기면 이상스레 주눅이 들면서 피칭 내용이 거의 엉망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장재영은 불펜으로 나선 첫 3게임에서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6일 KIA전은 ⅔이닝 무실점(1탈삼진), 7일 KIA전도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그리고 11일 롯데전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이었다. 충분히 믿음을 주었다. 코칭스태프의 특별한 관리를 받아 서서히 프로에 적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믿음을 바탕이 돼 17일 kt전에서는 선발 안우진의 호투로 3-1로 앞선 가운데 6회에 등판했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뿐 현실은 참담했다.

5타자를 상대는 동안 단 한타자도 잡지 못하고 1안타 2볼넷 2몸맞는볼로 4실점. 한차례 동점을 이룬 덕분에 패전은 면했지만 선배 안우진의 승리를 갉아 먹은 셈이 됐다. 안우진은 2019년 막판부터 불펜으로 전환했다가 올시즌 다시 선발로 바꾼 이후 이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이닝인 5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7개 1실점으로 가장 잘 던졌지만 장재영의 방화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안우진은 아직까지 무승이다..

장재영은 18일 kt전에서 다시 1이닝 안타 3개를 맞으며 2실점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23일 SSG를 맞아서는 무실점 호투를 했다. 특히 가장 많은 2이닝을 던지면서 무안타에 무사사구 2탈삼진까지 했다.

장재영은 다시 기회를 잡았다. 29일 안우진을 대신해 두산전에 프로데뷔 첫 선발로 낙점이 됐다. 홍원기 감독은 불펜데이의 첫 번째 투수로 나서는데다 투구수도 40개 정도로 제한해 선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따라서 정식 선발로 보기는 어려웠지만 어쨌든 '9억팔' 장재영의 선발 등판은 온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전날인 28일 이의리가 한화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으로 선발승을 거둔 것과 비교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장재영은 첫 선발에서 그야말로 프로의 냉혹함을 실감해야 했다. 첫 선발이란 긴장감탓인지 컨트롤이 전혀 되지 않았다. 선두타자 허경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 보냈고 2번 호세 페르난데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이후 4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⅓이닝동안 6타자를 상대해 32개의 볼을 던져 볼넷 5개만으로 5실점하고 말았다. 첫 패배의 멍에도 썼다.

'타자에게 안타를 맞더라도 우선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어느 해설가의 말이 가슴에 유난히 와 닿는 순간이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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