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 100년](70)런던올림픽, 험난한 여정①우리나라 복권의 효시가 된 올림픽 후원권

정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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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1-04-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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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후원군의 앞면과 뒷면[사진 문화재청]
IOC의 가입 승인을 받은 조선체육회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1947년 7월 1일 올림픽참가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유억겸이 맡았고 올림픽 파견종목은 육상 축구 농구 역도 권투 등 5개로 정했다. 파견종목은 뒤에 자전거와 레슬링이 추가돼 7개로 늘어난다.

그리고 조선체육회는 7월 19일과 20일에 국제올림픽 참가기념경기대회를 열었다. 조선체육회 산하 17개 경기단체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대회 개막에 앞서 전경무의 유해가 안치된 가평 묘소에서 경기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올림픽 참가 보고식을 가졌다.

7월 24일에는 미 군정청 민정장관 안재홍을 회장으로 한 올림픽후원회가 결성됐다. 당시 우리 사회는 정치적 혼란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피폐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형편이니만큼 선수단의 출전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림픽후원회를 결성한 것은 경비 마련에 온 국민의 힘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후원회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회장=안재홍 △부회장=윤선병 오정수 김형민 이동선 배의환 △간사장=김용택 △상무간사=이병학 정상윤 △재무=구봉조 김종량 민병수 △사업=오일승 장기창 이매리 △연락=유상준 홍찬 △간사=구용서 최경진 한승인 유한상 노진 임홍재 홍헌표 나상근

후원회는 ‘올림픽 후원권’을 발행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가던 중 비행기 사고로 숨진 전경무의 사진을 넣은 후원권은 한 장에 100원 짜리로, 모두 140만 장을 찍어 1억4000만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1947년 12월부터 발매된 올림픽 후원권은 이듬해 2월말까지 판매가 이어졌다. 미군정청 하지 중장도 후원권을 구입하고 ‘조선 민족의 거족적인 협력으로 선수 파견에 유감이 없도록 하고 조선의 이름을 세계에 떨쳐주기를 바란다.’는 격려 서한을 올림픽 후원회에 보내왔다.

국악원 국극사는 엿새 동안 국도국장에서 ‘대 춘향전’을 공연해 수익금 전액을 올림픽 후원회에 기부했다. 영화와 가극공연도 이어졌다. 서울 시공관에서는 서윤복의 마라톤 제패 기록영화인 ‘제51회 보스톤 마라손대회의 실황’과 스포츠 영화 ‘패자(覇者)의 수도(修道)’를 상영했고 조선악극단도 가극 ‘은가락지’를 공연해 수익금을 보탰다.

기념우표도 발매됐다. 체신부가 발행한 우표는 녹색과 자색의 두 가지로 녹색은 한 장에 5원, 자색은 10원에 팔았다.

올림픽후원회는 당초 후원권 판매를 2월 말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서울과 경기도 일원은 3월말까지 마감일을 연장했다. 4월 15일에는 당첨번호가 발표됐는데 1등 한 명에게는 100만원, 2등 두 명에게는 각각 50만원, 3등 세 명에게는 각각 10만원, 4등 5명에게는 각각 5만원, 5등 10명에게는 각각 1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후원회는 수익금으로 8만 달러가 넘는 돈을 마련해 선수단 경비를 거의 충당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복권의 효시가 바로 이 올림픽 후원권이다. 이는 당시 올림픽에 건 우리 민족의 기대와 열의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모금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또 있었다. 하와이에 거주하던 동포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구한 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후예였다. 101명의 한인을 태운 첫 이민선이 떠난 게 1902년 12월 2일. 이후 1905년 일본의 제지로 중단될 때까지 모두 7200여명이 하와이로 떠났다.

미국에는 일본의 압제를 피해 건너간 망명자들도 적지 않았다. 1910년부터 1924년까지 500명 이상이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갔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은 하와이와 미국 본토에서 한인 사회의 지도자로 자리 잡았고 더러는 독립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런던올림픽후원회는 현지에서 발간되는 교민 신문 등을 통해 모금운동을 벌였다. 1947년 10월 29일자 하와이 교민신문 ‘국민보’에 조선체육회와 조선올림픽위원회, 조선올림픽후원회 대표 차상달은 '하와이 재류동포 여러분께'라는 호소문을 실었다.


하와이 재류동포 여러분께
이번 조선체육회와 조선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여 하와이에 계신 여러 동포들로부터 조선의 체육운동과 내년 런던에서 열리는 제14회 올림픽대회에 우리 선수들을 보내는 문제에 관해서 서로 의논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뻐하는 바입니다. 조선체육회는 물론 정치와는 관련을 가지지 않고 아무 정당에도 편중함이 없이 다만 체육을 통하여 우리 국민 특히 청년들의 체위를 향상시키며 진정한 의미의 운동정신 스포츠맨십을 길러서 개인의 사리를 버리고 사회를 위하여 희생할 줄 알며 남을 시기하지 않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존경하고 도와줄 줄 알며 당파를 짓는 대신에 한데 뭉쳐서 단결할 줄 아는 청년을 많이 양성함으로써 우리나라 건국에 이바지하려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고 전경무씨의 고귀한 희생과 국민 전체의 열렬한 기원의 결과로 우리나라가 이번 올림픽대회에 정식으로 초청을 받고 지금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준비로 대단히 바쁜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출전할 경기종목은 육상 빙상 중량거 축구 등 5, 6가지가 되는데 인솔자와 코치와 선수를 합하여 대개 7, 80명이 될 예상입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보내는데 필요한 비용은 한 사람에 미화 3000원가량이 드니까 적어도 25만원이 있어야 될 형편입니다. 이러한 큰 금액을 조선에서 주선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혹 주선이 된다 해도 아직 외국위체 ‘익스체인지’가 없기 때문에 대단히 곤란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체육회와 조선올림픽위원회와 과도정부 체육과에서 의논한 결과 미주에 계신 여러 조선동포의 원조를 청하는 동시에 미국의 각 체육단체의 도움을 얻기로 되어 이번에 무능한 이 사람이 여러 동포를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번 서윤복 선수가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일등을 해 우리나라의 이름을 세계에 빛내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우리나라를 새로이 건설하려고 하는 오늘에 있어서 이 체육운동은 국제적으로는 대사나 공사에 뒤지지 않는 외교적 역할을 하며 국내적으로는 여러 백년간 당파 싸움을 일삼고 매관매직이나 하는 부패한 정치 밑에서 살아오는 동안, 일본의 포악한 식민지 정책 밑에서 살아오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우리 몸에 젖은 여러 가지 폐습을 버리고 거짓이 없는 진실한 청년을 양성하는 일대 청년 훈련운동인 것을 깊이 깨달으시어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로 많은 원조가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 호소문 쓴 차상달은 15살 때 3 · 1운동 만세사건으로 투옥됐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조국민주회복 남가주국민회의 수석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조선체육회가 현상 모집한 올림픽의 노래도 당선작이 나왔다. 김항제 작사, 김규항 작곡의 올림픽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오색은 빛난다. 무대는 열린다. 승리의 월계관 쓰는 자 누구냐.
오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사람 그대의 이름을 높이 걸고서
평화의 왕좌에 어서 오르라.

영광의 돛배다. 가볍게 달린다. 용기와 희망을 가득이 싣고서.
오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사람 그대의 이름을 높이 걸고서.
오색의 무대에 어서 오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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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월 스위스 생모리츠동계올림픽에 총무 정월터를 선두로 입장하고 우리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에 앞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태극기와 'KOREA'를 앞세우고 출전한 올림픽은 1948년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제5회 동계올림픽이다. 선수단은 총무 정월터, 감독 최용진에 선수는 이효창 문동성 이종국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만 출전했다. 공식적으로는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가 첫 참가한 올림픽이다.

선수단을 이끈 정월터는 하와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정부수립 후 KOC 명예총무를 시작으로 KOC 부위원장, 아시아경기연맹 명예총무를 역임한 인물이다.

생모리츠동계올림픽은 런던올림픽에 비해 관심을 끌지 못했다. 동계종목 자체가 생소한데다 세계수준에도 까마득히 뒤쳐진 탓이다. 우리 선수들 성적은 이효창이 남자 1500m 19위, 최용진이 31위, 이종국은 36위였다. 참가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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