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원사전에 따르면 언더독이라는 말은 영어권에서 19세기 후반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의미는 개싸움에서 진 개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영미 문화에서는 언더독이라는 의미를 높게 평가를 하는 경향이 많다. 약자가 노력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거나 승리를 달성하면 위로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언더독이라는 표현에는 내심 경쟁에서 밀리는 쪽이 이기기를 바라는 기대치가 담겨있다고 말 할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 ‘티핑포인트’, ‘블링크’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피터 드러커를 잇는 경영사상가로 평가받는 말콤 그래드웰은 2013년 출간한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에서 언더독들이 승리하는 아홉 명의 다윗 이야기를 소개했다. 성경에서 약자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것을 연상시키며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과 지혜가 개인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다윗이 돌팔매질로 거구의 골리앗의 눈을 가격해 승리를 한 것처럼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전략적인 마인드로 승부에 나서면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언더독이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지기만 하던 언더독이 중요 대회나 경기에서 승리하면 사람들은 많은 응원을 보낸다. 열세하리라는 예상을 뒤집고 거둔 승리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언더독의 승리는 노력이 실력을 이길 수 있으며 전통은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축구에서 언더독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감동적이다. 세계 최고의 대회인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들이 유럽 강팀을 꺾거나, 각국 FA컵에서 아마추어팀이 오랜 전통의 프로팀을 꺾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의 카메룬이 개막전에서 전 대회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물리치고 돌풍을 일으켰다. 카메룬은 개막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8강까지 진출했다. 한국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지휘아래 사상 초유의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해 세계 축구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전까지 한국 축구는 16강에도 오른 적이 없는 변방팀으로 언더독 축에도 끼지 못했다.
1999-2000시즌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에서 4부리그소속 칼레 RUFC는 상위 리그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면서 결승에 진출해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랑스 FA컵대회는 아마추어, 프로팀이 겨루는 대회이지만 파리 생제르맹 등 1부리그 상위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곤했다. 회사원, 가게 주인, 수리공, 정원사등 동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아저씨들로 구성된 순수한 동호인팀인 칼레가 결승까지 올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결승에서 전통의 팀 낭트에 1-2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 대회의 주인공은 칼레였다. 세계축구계는 칼레의 돌풍을 ‘칼레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스스로 약자에 머물러 있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성취동기를 갖고 기본의 틀을 깨기위해 창조적인 시각을 가질 때 새로운 것이 보일 수 있다. 여러 약점과 장애를 딛고 승리하는 언더독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로부터 약자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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