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45] 왜 ‘극장(劇場)골’이라 말할까

2021-04-08 06:46

축구에서 '극장골'은 극적인 장면의 골이라는 뜻이다. 사진은 6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뎀벨레의 극장골에 기뻐하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AP=연합뉴스]
축구에서 '극장골'은 극적인 장면의 골이라는 뜻이다. 사진은 6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뎀벨레의 극장골에 기뻐하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AP=연합뉴스]
언론에서 쓰는 축구 용어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축구 기사에서 쓰는 단어는 팬들이 현재 많이 쓰는 말을 골라 사용하기 때문이다. 양방향 소통시대가 된 디지털 시대에 독자들의 기호로 인해 바뀐 대표적인 축구 기사 용어로 ‘극장골’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 경기에서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는 결정적인 골을 이른다. 보통 추가시간에 터지는 극적인 결승골이나 동점골을 의미한다.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으면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극적인 장면의 골을 줄여서 쓴 말이라고도 한다.

수십년전 축구 기자를 할 때는 이 말을 쓰지 않았다. 최근 축구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후배기자들이 종료 직전 승부를 결정짓는 극적인 골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는 것을 알게됐다. 종전에는 ‘극적인 골’로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축구 기사에서 극장골이라는 말을 읽었을 때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극장과 골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 의아해 하기도 했다.

이 표현은 원래 영어 ‘Last-Gasp Goal’ 또는 ‘Last-Minute Goal’를 대체하는 우리 말이다. 영어 뜻은 막판에 골이 들어가서 패배를 면하거나 역전승을 이끌 골이라는 의미이다. ‘Last-Gasp’는 막판 숨이 허떡이는 순간이라는 말이다. ‘Last-Minute’는 마지막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둘 다 같은 의미이다. 90분간 이후 선수 교체 등으로 인해 생긴 추가 시간을 가르킨다.

수년전 젊은 스포츠기자들이 농구용어인 ‘버저 비터(Buzzer Beater)’라는 국적없는 표현을 이 말을 대신해 사용하는 것을 봤다. 버저 비터는 농구에서 버저, 즉 경보기가 울리는 동시에 날린 슛이 성공한 것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막판 골이 터졌다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축구에서는 종료를 알리는 것은 주심의 휘슬(Whistle)이기 때문에 이를 가져다 쓴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었다. 일부 축구해설가들이 버저비터를 쓰기도 했지만 얼마 뒤 이 표현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현재는 쓰지 않는다.

극적인 골이라는 표현을 대체한 극장골은 잘 만든 표현으로 보인다. 극적인 골을 넣는 것이 하나의 극(劇)과 같다는 뜻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동영상 시대의 현재 흐름에 잘 부합하는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극장골이 ‘극적인 골’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된 건 ‘극(劇)’이란 말이 ‘극장(劇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극적인 상황을 축구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연상을 갖게한다. 극적이라는 말이 극장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것이다.

극장골이라는 말은 특정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표현이 자리 잡는데 언론 기사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