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44] 왜 ‘원더골(Wonder Goal)’이라 말할까

축구 경기를 보면 많은 골이 터진다. 하지만 골이라고 다 같은 골이 아니다. 그냥 밋밋하게 들어가는 골이 있는가 하면 누가봐도 멋진 골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그림같은 골이 터지면 감탄의 소리가 연방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골과 관련한 표현이 영어 만큼 풍부하지 않다. 보기 좋은 골이 터지면 골 앞에 형용사를 붙여 쓴다. 환상적인 골, 멋진 골, 대단한 골, 훌륭한 골 등으로 표현한다.

영어에선 골과 관련한 표현이 아주 많다. 먼저 형용사로 ‘Wonderful’, ‘Great’, ‘Fantastic’,‘Amazing’, ‘Sensational’, ‘Superb’ 등 형용사를 골과 함께 사용한다. 형용사 없이도 ‘What a goal!’이라고 말해도 된다. 대단한 골이라는 감탄사이다.

영어권에서 축구 캐스터들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용어를 골라 다양하게 표현한다. 마치 자기 아들이 골을 넣은 것과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What a hit, son!’과 같이 ‘아들아! 대단한 슛이야’와 같은 표현이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골을 터졌을 때는 ‘Oh my word’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팬들에게 가장 낯익은 표현은 ‘원더골(Wonder Goal)’이라는 말일 것이다. 손흥민(29·토트넘)이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골을 넣어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8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손흥민은 무려 70m를 단독 드리블한 뒤 '원더골'을 넣어 토트넘 팬들은 물론 선수단, 조제 무리뉴 감독과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이날 수비에 가담한 전반 32분 토트넘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볼을 잡아 번리 진영으로 단독 질주를 시작, 무려 8명의 상대 선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외신은 이 골을 ‘원더골’이라고 보도했으며 국내 언론들은 이를 받아 전했다.

원더골은 경이로운이라는 의미인 ‘원더(Wonder)’와 득점이라는 의미인 ‘골(Goal)’의 합성어이다. 영어 어원사전에 따르면 ‘원더’는 고대 영어 ‘Wunder’과 고대 게르만어 ‘Wundran’을 거쳐 변형됐다. ‘골’은 여러 기원설이 있지만 경계와 한계를 의미하는 중세영어 ‘Gol’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정설로 추정한다. (본 코너 306회 ‘왜 ‘골(Goal)’이라 말할까‘ 참조)

영어에서 ‘원더골’이라는 말은 매우 뛰어난 골을 장식할 때에 놀람과 감탄의 의미에서 쓴다. 실제 ‘원더골’은 예외적으로 쓰기 때문에 골 장면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 손흥민 이전 세계 축구에서 ‘원더골’로 불렸던 대표적인 것은 86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충격적인 골을 넣었을 때다.

당시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전에서 후반 '신의 골' 논란을 일으킨 선제골을 터트린 데 이어 또 다시 하프라인 이전부터 60여m를 단독 드리블해 극적인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은 아르헨티나를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시킨 마라도나의 최성기 시절 나온 것으로 '축구황제' 펠레와 비교하게 만들 만큼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손흥민은 번리전 ‘원더골’로 2020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푸스카스상은 FIFA가 2009년 처음 제정한 상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나온 골 중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한다. 상의 이름인 푸스카스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을 9-0으로 대파한 헝가리의 전설적인 공격수 매직 마자르 푸스카스 이름에서 따왔다. 손흥민은 이 상을 받음으로써 수십년전 한국 축구가 당한 수모를 씻었으며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인 공격수로 공인받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