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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65. 월드컵 도전 32년만에 이룬 멕시코 행

2021-04-05 06:27

월드컵의 문이 넓어졌다. 한때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에 티켓 1장을 배분했던 FIFA는 아시아에 2장을 내놓았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서아시아에 1장,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 쪽에 1장이었다.

1986년 월드컵 대표팀의 얼굴들
1986년 월드컵 대표팀의 얼굴들


1986년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는 24개국이 참가했다. 3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종 진출권을 가렸지만 한국으로선 절호의 찬스였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네팔과 같은 조였다. 어렵지 않은 경기였으나 원정경기에서 네팔에 겨우 이기고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당해 1승1패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가 2승을 거두는 바람에 한국팀에 비상이 걸렸다.

감독교체-문정식에서 김정남

축구협회는 대회가 진행중이었지만 감독 교체의 강수를 두었다. 문정식을 아웃시키고 김정남을 감독으로 올렸다. 김정남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1개월 여 이상 호흡을 가다듬은 김정남호는 서울 경기에서 네팔을 4-0, 말레이시아를 2-0으로 누르며 조 1위를 차지했다.

조1위끼리의 2라운드 싸움에 올라온 팀은 인도네시아, 일본, 홍콩 등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를 잡았고 일본은 북한, 싱가포르를 잡았으며 홍콩은 중국, 마카오, 브르나이를 제쳤다.

중동쪽은 이라크가 카타르와 요르단을 누르고 조 1위를 차지하며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시리아와 2라운를 가졌다.

김정남호는 일본과의 최종 결정전을 2-1, 1-0으로 꺾는 등 전승을 거두며 마침내 월드컵 본선무대 출전권을 획득했다.

195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0-9, 0-7 등으로 마지막 월드컵을 치른 후 32년 만이었다.

1986년 5월31일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이 멕시코에 입성했다. 멕시코는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3년 전인 1983년 박종환의 청소년 축구가 4강 신화를 썼던 곳이었다. 붉은 유니폼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보여준 놀라운 투지를 보면서 세계인들은 우리를 ‘붉은 악마’로 부르기 시작한 곳이기도 했다.

그때의 김종부가 이번엔 대표팀으로 출전했고 독일에서 활약했던 차범근이 차출되어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금은 유럽 등지에서 활약하는 프로들을 불러 모아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때만 해도 오히려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며 차범근의 합류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느낌은 좋았지만 대진표는 좋지 않았다. 가장 약한 팀이라 어떤 조든 죽음의 조일 수 밖에 없었지만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와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 이탈리아가 우리와 함께 있어 뭘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불가리아는 비교적 해 볼만한 팀이었지만 16강 토너먼트에 우선 1,2위가 올라간다면 그건 당연히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였다.

허정무의 '태권 킥'에 쓰러진 마라도나
허정무의 '태권 킥'에 쓰러진 마라도나


첫 상대부터 버거웠다. 가장 난적인 아르헨티나가 32년만에 본선에 나선 대한민국의 첫 파트너였다. 경기전 이미 전의를 상실할 만한 팀이었지만 첫 게임에 나선 대한민국의 오연교, 박경훈, 김평석, 조광래, 허정무, 정용환, 조민국, 김주성, 박창선, 차범근, 김용세, 유병옥, 최순호는 시간이 흐를수록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박창선, 월드컵 첫 골

전반 6분 만에 첫 골을 먹는 바람에 전열이 순식간에 흐트러져 완패(1-3)했지만 그래도 후반 박창선이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을 넣어 체면을 세웠다. 박창선은 후반 18분 25m 장거리 포를 아르헨티나의 골문에 박았다.

2차전 상대는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불가리아. 동구권의 다크호스였지만 해 볼만 했다. 그러나 또 시작하자마자 1골을 내주는 바람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후반 25분 멕시코와 좋은 인연을 맺은 김종부의 동점골이 터졌다. 승리하진 못했지만 월드컵에서 첫 승점을 기록했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한판 이었다. 불가리아가 2무1패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가 경기 내용대로 이겼다면 불가리아 대신 우리가 올라갈 수도 있었다.

3차전에서 대한민국은 이탈리아에게 2-3으로 패했다. 최순호와 허정무가 각각 1골씩 기록하여 이탈리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외신들은 ‘심판의 편파 판정이 이탈리아를 구했다’며 대한민국의 석패를 아쉬워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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