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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41] 왜 시드(Seed)라고 말할까

2021-04-04 08:13

축구 월드컵에선 시드 운영을 통해 강팀이나 개최국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예선에서 탈락하는 것을 막는다.  2002 한·일 월드컵 예선전 포르투갈전에서 골 넣고 환호하는 박지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축구 월드컵에선 시드 운영을 통해 강팀이나 개최국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예선에서 탈락하는 것을 막는다. 2002 한·일 월드컵 예선전 포르투갈전에서 골 넣고 환호하는 박지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축구에서 시드(Seed)는 팀 랭킹, 수준 등을 고려해 대진표를 짜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말로는 우선권(優先權)이라고 해석하면 무난하다. 보통 테니스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지만 월드컵 축구 조추첨(Draw)에서 적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 어원에 따르면 시드는 고대 인도유럽어로 씨를 뿌리다는 동사형 어근인 ‘Se-’에서 출발했다. 이 말이 영어 ‘Seed’와 독일어 ‘Saat’로 변형됐다.

시드라는 말은 테니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정원에서 씨앗이나 묘목을 배열하는 방식으로 선수 이름이 적힌 종이 쪽지를 정열해 토너먼트 사다리를 배치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가장 높은 시드를 가진 이를 가장 낮은 이와 붙이는 방식이다.

시드는 기량이 좋거나 인기를 가진 이들이 토너먼트 초기에 탈락해 대회 경기력과 흥행을 떨어트리는 것을 막기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강자들이 초반에 ‘죽음의 조’에 몰려 사투를 벌이는 동안 약자가 행운의 대진운으로 손쉽게 상위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다. 따라서 시드배정은 확실한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월드컵에서 FIFA 랭킹과 월드컵 랭킹을 고려해서 개최국과 랭킹 상위팀을 합쳐 8개팀을 가장 먼저 1번 시드부터 8번시드까지 나눈 뒤 지역별 안배에 따라 ‘포트(Pot)’라 불리는 추첨함에서 이루어지는 추첨으로 8개조 32개팀이 각각 짜여진다. 조추첨에서 톱시드 배정국은 모두 강팀들로서 미리 구분됨으로써 서로간의 대결을 피할 수 있다. 월드컵에서 시드제는 1930년 대회 창설때부터 적용해 오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개최국 한국은 예선 조편성에서 시드를 받아 미국, 포르투갈, 폴란드와 한 조에 편성돼 죽음의 조를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강팀은 전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었다. 개최국으로서 한국이 만약 시드를 배정받지 못했다면 예선서부터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은 시드 배정에서 강팀들을 피해 2승1무로 조 1위로 상위 토너먼트에 진출, 16강전서 이탈리아, 8강전서 스페인을 꺾고 4강전서 독일에 0-1로 패하며 사상 첫 4강신화를 연출할 수 있었다.

축구는 정규 시즌의 경우 리그전을 진행하므로 모든 팀들이 맞붙게 되기 때문에 시드 의미가 별로 없다. 하지만 정규시즌 종료 후 우승팀을 결정하는 포스트 시즌의 경우 대진을 결정할 때 정규 시즌의 성적 순으로 시드를 배정한다. 보통 정규 리그 1위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 온 팀들과 최종 우승을 다투게 된다

테니스와 골프 등 개인스포츠의 경우 ATP 투어, PGA 투어 등은 사무국에서 통합 랭킹, 대회 랭킹을 만든 뒤 랭킹 순으로 시드를 배정한다. PGA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주최측의 권한으로 대회 우승자 등에게 영구 시드를 배정하는 등 자체 시드 규정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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