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32] 축구는 왜 11명이 한 팀을 이룰까

2021-03-26 07:02

축구는 1863년 영국축구협회(FA) 규칙 제정을 통해 11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겨루는 경기가 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아제르바이잔에게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포르투갈 선수들 모습. [AFP=연합뉴스]
축구는 1863년 영국축구협회(FA) 규칙 제정을 통해 11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겨루는 경기가 됐다. 사진은 지난 25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아제르바이잔에게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포르투갈 선수들 모습. [AFP=연합뉴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상대팀과 겨루는 팀 스포츠이다. 공식적인 대회에서는 반드시 11명 규정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동네 축구 등에서는 선수가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참가하고 싶은 선수 수에 따라 경기를 즐긴다. 11명의 숫자를 굳이 지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11명의 선수로 공식 경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초창기 축구서도 선수 숫자는 많이 달랐다. 중세 시대 이탈리아 축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Calcio Fiorentino‘에서는 각 팀은 무려 27명씩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한 팀에 골키퍼가 5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선수가 교체 없이 오늘날 경기장 규격과 같은 크기에서 경기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정도 인원이 축구를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럽고 무질서했을 것이다. 이탈리아식 축구는 17세기에 사라졌다가 1930년 무솔리니 총통 체제 때 부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이탈리아식 축구를 즐긴다고 한다.

영국에서 1863년 축구가 럭비에서 떨어져 나와 영국축구협회(FA)를 결성해 경기 규칙을 만들기 이전에는 팀들이 15명에서 21명까지 선수들이 출전해 경기를 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서로 선수수가 맞지 않으면 선수가 더 많은 팀은 일부 선수를 벤치에 남겨놓고 경기를 했다고 한다. 마치 현재 동네축구처럼 운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FA는 공식 규칙에서 골키퍼를 1명으로 정해 위치를 고정한다는데 합의를 보며 각 팀 선수 수는 11명으로 결정했다. 11명으로 정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여러 방법 등을 통해 필드에서 20명 선수가 뛰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을 내리고 2명의 골키퍼를 포함해 총 22명으로 경기를 갖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당시 인기가 높은 크리켓에서 11명 선수 운영 방법을 착안했다고도 한다. 당시 축구팀들은 대개 크리켓팀들을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11명씩으로 두 팀이 교대로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공을 배트로 쳐서 득점을 올리는 경기를 하는 크리켓은 매우 인기가 높았다. 축구팀은 크리켓과 같이 인기 종목으로 발전하기를 원해 선수 수를 비슷하게 했다는 것이다. 축구는 크리켓과는 경기 규칙이 많이 다르지만 실제로 크리켓 경기장에서 경기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시간 여유가 있는 귀족이나 돈많은 상공인들은 건강을 위하고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 스포츠클럽에서 축구, 럭비, 크리켓 팀에 가입해 운동을 즐겼다. 축구와 크리켓에서 선수 수가 같은 것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구단주나 클럽 회원들은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으로 비용을 쓰면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선수 수를 11명 정도가 좋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FA는 11명으로 경기를 한다는 규칙을 정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수들에게 등번호(Back Number)를 부착하기로 한 것은 1923년 아스널이 처음이었다. 아스널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 번호를 매겼다. 선수들을 1번 골키퍼부터 11번 공격수까지 한 눈에 드러나게 함으로써 선수들을 구별하게 할 뿐 아니라 맡은 포지션을 나타냈다. (본 코너 330회 ‘축구에서 백넘버(Back Number)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참조)

축구의 역사를 보면 축구라는 경기 종목도 사람들이 즐기기 때문에 ‘생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생물이 복잡한 구조를 갖고 생존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축구도 시대적 변천을 거쳐 필요에 따라 경기 규칙도 바뀌고 변화해왔다. 축구 규칙이 다른 종목에 비해 단순한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발전하고 진화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대적 변화를 통해 바뀐 축구 규칙을 아는 것은 축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아는만큼 느끼고, 느낀만큼 잘 보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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