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메카닉스 '정용호'의 골프 피팅의 세계] #6. 피팅은 데이터 싸움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데이터가 현대 스포츠에 미치는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학의 발전은 선수 개인의 신체능력과 기술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장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자신에게 적합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장비를 사용하는 것 역시 경기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좋은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현대 스포츠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이유다.

장비의 소재나 디자인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상당부분이 대형 브랜드들의 영역이지만, 개인 최적화를 목적으로 하는 클럽피팅의 연구 및 적용은 피터에 유리한 영역이다. 따라서 피터는 테크니션이자 카운슬러이며 연구자이기도 하다. 왜냐면 수 많은 데이터를 다양한 대상들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룰 수 있는 데이터들의 종류만 해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이 모든 것들을 취합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피터의 전문성이다 보니, 다양한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피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피팅은 기본적으로 정적인 데이터와 동적인 데이터를 측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정적인 데이터는 골퍼의 신체조건과 사용 클럽의 기본 스펙을 말한다. 동적인 데이터는 스윙과 샷 데이터 및 클럽의 반응을 말한다. 이런 데이터들의 중요성은 한 세기 전에도 알았던 사실이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한계로 인하여 피터의 역량이 성공적인 피팅의 열쇠였다. 동적인 부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적인 데이터를 대입하여 결과를 추측하는 방식이었으며, 타협이 지금보다 훨씬 원만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피터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프로골퍼 내지는 상급 골퍼였다.


지금도 다른 스포츠 종목들은 장비에 대한 판단을 코치가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프는 사용하는 클럽의 종류가 많고 각각의 특성이 복잡한 만큼 장비 선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플레이와 장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장비들이 꾸준히 개발되면서 스윙전문가가 클럽을 다루는 것이 아닌, 피팅이라는 클럽 전문가 영역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런치모니터의 상용화다.

초기 런치모니터는 대형브랜드에서 제품 성능을 테스트 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동원하여 사용하던 고가의 장비였다. 하지만 점차 개발되고 개량되어 현재는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장비가 되었다. 런치모니터 사용의 최대 이점은 인간의 능력으로 구분할 수 없는 찰나의 현상을 수치화 시켜준다는 것이다. 수치화는 골퍼와 피터가 서로 객관적으로 성능 변화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준다. 런치모니터는 골프 레슨과 골프클럽 양쪽에서 모두 중요한 장비인 만큼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데이터의 정확성과 중요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클럽 역시 단순히 길이나 무게, 스윙 웨이트 등을 측정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헤드와 샤프트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클럽의 동적인 무게(MOI)를 측정하는 장비들이 개발되었다. 이렇게 런치모니터와 클럽 관련 측정장비들을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스윙 이론과 장비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란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데이터 측정과 분석을 바탕으로 새롭게 스펙이 적용된 클럽에 대한 피드백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것이야 말로 현대 피팅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는 피터에게 끝없는 싸움 거리다.

다음시간에는 피팅에서의 성능과 감각에 대해 알아보자.



[안재후 마니아타임즈 기자/anjaehoo@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