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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86] 왜 AS 로마를 알면 로마 역사가 보이는 것일까

2021-02-08 05:45

AS 로마와 베로나의 2020-2021 시즌 1라운드 경기 장면. [AFP=연합뉴스]
AS 로마와 베로나의 2020-2021 시즌 1라운드 경기 장면. [AFP=연합뉴스]
AS 로마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같은 팀이다. AS 로마를 보면 화려했던 로마 제국의 역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천년을 이어갔던 로마 제국은 최전성기 시절 동서로는 대서양에서 러시아 카스피해까지, 남북으로는 잉글랜드에서 아프리카 사하라까지 넓은 영토를 지배한 서양 역사의 중심이었다. 축구단의 상징이자 구단의 역사를 웅변하는 AS 로마의 엠블럼 뒤의 이야기는 로마 제국의 역사를 담고 있어서 흥미롭다.

 늑대 젖을 빠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로마 건국 신화를 보여주는 AS 로마의 엠블럼
늑대 젖을 빠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로마 건국 신화를 보여주는 AS 로마의 엠블럼


엠블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물과 두 아이이다. 이것은 로마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늑대와 쌍둥이 형제이다. 두 명의 어린이가 늑대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은 로마 건국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이다. 로마 신화에 따르면 로마 제국은 현재 이탈리아 수도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 유역에서 기원전 753년전 출발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는 로마가 건국할 때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로마 신화를 보면 알바롱가의 왕 누미토르의 동생 아우물리스는 왕위를 빼앗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는 조카들을 모두 죽이고, 형의 조카딸인 레아 실비아를 신전의 사제로 만들었다. 하지만 실비아는 전쟁과 힘을 상징하는 군신인 마르스의 눈에 띄어 로물루스와 레무스 ㅎ여제를 낳았다. 형제는 태어나자마자 왕에 의해 강물에 버려졌는데, 늑대에게 발견되어 그의 젖을 먹고 자랐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온 형제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왕권을 쟁취하였으나, 새로운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나 테베레 강 유역에 도착했다. 로물루스는 약속을 어긴 레무스를 죽이고 성을 쌓아 도시를 건설하고 로마제국의 시조가 됐다.

로마(Roma)라는 이름은 로마 창시자 로물루스에서 나왔다는 설과 테베레 강의 이름인 ‘Ruman’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스 학자들은 힘을 뜻하는 그리스어 'rhòme'과 연결시키기도 하며 트로이 여인 로마의 이름을 도시에 붙였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로마라는 이름의 의미와 유래는 현재까지 정확한 것은 없고 설만 무성하다.

AS 로마는 1927년 로마를 연고로 했던 알바(Alba), 포르티투도(Fortitudo), 로만(Roman) 등 클럽 3개가 통합해 창단했다. AS 로마(Associazione Sportiva, 로마연합)라는 이름이 유래된 이유이다. 당시 알바는 가장 인기있는 클럽이었고, 포르티투도는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로만은 재정이 풍부한 편이어서 AS 로마는 출발부터 성공적으로 세리에 A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두 명의 어린 형제에게 젖을 먹이는 로마 건국 신화를 담은 AS 로마의 엠블럼은 창단할 때부터 같은 모양을 유지했다. 1979년 늑대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7년 창단 80주년을 맞아 ‘as roma 80’ 엠블럼을 사용하기도 했다.

엠블럼에 들어간 황금색은 로마 가톨릭을, 적갈색은 로마 제국을 상징한다. 이는 로마가 가톨릭의 세계 최대 중심지이며 로마 제국의 수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티칸 교황청이 있는 로마지역은 로마시대 가톨릭 포교에 크게 기여한 베드로와 바울이 활동하던 곳이었다. 로마제국이 출발했던 테베레 강변은 ‘예수의 성령’이 특히 강력했던 곳으로도 유명했다.

세계 역사에 눈부신 업적을 남긴 로마인들은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영원한 도시라는 의미인 ‘로마 아이테르나(Roma Aeterna)’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마는 영원하지 못했다.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명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 제국이 쇠퇴한 이유로 내부 약점과 외부 약점 두 가지를 꼽았는데, “내부 약점은 그리스도교였고 외부 약점은 야만이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앙드레 피가니올에 따르면 “로마 문명은 자연사한게 아니라 살해당했다”며 종교적, 군사적인 영향을 1천년 역사가 막을 내린 이유로 지적하기도 했다.

세리에 A에서 유벤투스와 AC 밀란, 인터 밀란 등과 오랫동안 리그를 주도하고 있는 AS 로마는 사라진 로마 제국의 화려했던 역사를 엠블럼과 구단 애칭인 ‘루피(Lupi, 늑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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