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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85] AS 로마에 성악가 파바로티, 영화배우 윌 스미스 등 세계적인 명사 서포터가 많은 이유

2021-02-07 07:48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어릴 적 축구 골키퍼를 꿈꾸던 축구 소년이었다. 사진은 축구장에서 볼을 차는 생전의 파바로티.[ 파바로티 페이스북 캡처]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어릴 적 축구 골키퍼를 꿈꾸던 축구 소년이었다. 사진은 축구장에서 볼을 차는 생전의 파바로티.[ 파바로티 페이스북 캡처]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가 AS 로마의 열성 팬이었다는 사실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성악과 축구가 잘 어울리지 않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파바로티와 축구는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감동적인 고음으로 ‘신의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던 파바로티는 어릴 적 성악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축구를 좋아했으며 체육교사를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성악가로 성공한 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각종 오페라 공연을 갖게 되면서 ‘로망’이었던 축구에 대해 흥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세계적인 성악가에 오른 자신과 같이 항상 뜨거운 승부가 펼쳐지는 축구를 보면서 위안과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180cm, 몸무게 160kg의 거구였던 그가 어릴 적 축구 골키퍼를 꿈꾸었던 축구 소년이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부터 파바로티는 월드컵과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파바로티를 비롯해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이른바 ‘세계 3대 테너’라고 불렸던 이들은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 때 로마의 카라칼라 목욕탕 유적에서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의 지휘로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으며 공연 음반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파바로티가 당시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중의 하나인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를 열창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세계 각국의 팬들은 파바로티의 노래를 듣고 이탈리아 월드컵 기간 동안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월드컵 열기에 흠뻑 빠졌다. 이 곡은 이탈리아 월드컵 비공식 지정곡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이 챔피언이 됐지만 이 곡은 노래로 세계를 정복했다.

파바로티는 이후 월드컵 전야제마다 공연을 가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다시 주빈 메타의 지휘와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열렸다. 이 공연은 이탈리아 월드컵 공연 때보다 이벤트 성향이 강해지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파리에서 공연을 가졌으며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를 기념해 2001년 6월22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또 2002년 전야제때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공연을 개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3대 테너들은 다시 공연을 열 계획을 가졌으나 파바로티가 췌장암이 발병하는 바람에 공연은 이루지지지 않았다.

파바로티가 AS 로마 열성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세계적인 연예인, 예술가들도 AS 로마 서포터로 뒤를 따랐다. 미국의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영화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 ,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의 주연 배우인 그는 AS 로마의 팬임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홍보차 로마를 방문했던 그는 “내가 로마 팬인가요? 당연하지요!. 그건 비밀이었지요. 하지만 당신들이 내 비밀을 누설했습니다”라며 기자회견에서 농담섞인 멘트를 던졌다.

찬란한 천년 역사를 자랑하던 로마 제국의 후예를 표방하며 로마를 연고지로 한 AS 로마는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경기장인 스타디오 올림피코(Stadio Olimpico)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파시즘체제의 독재자로 축구를 좋아했던 무솔리니가 통치하던 1937년에 개장한 AS 로마의 홈구장은 오랜 경쟁팀인 북부지역의 명문팀 AC 밀란과 인터 밀란의 상징인 산 시로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경기장이다.

파바로티와 윌 스미스 등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명사들이 오랜 역사적 유산과 전통을 갖고 있는 AS 로마의 열성팬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그리 놀랄 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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